법관회의가 남긴 것은…'사법 독립 침해'에 침묵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5.07.01 07:33  수정 2025.07.01 07:34

전국법관대표회의, 30일 임시회의서 5개 안건 논의했지만…모든 안건 부결

법조계 "법관 탄핵 시도, 헌법 위반해 사법부 독립 침해하는 행위가 분명"

"법관회의서 침묵했다는 건…사법부가 삼권분립 한 축 역할 제대로 못 한다는 방증"

"소극적인 모습 때문에 더더욱 삼권분립 침해에 제어장치 없어지는 것 같아"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판결을 둘러싼 논란 등을 다루기 위해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빈손으로 종료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사법부 신뢰 회복과 재판 독립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의견 표명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이 외부 여론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못 했다"며 "법관회의에서 침묵했다는 건 법관의 권한 침해 및 헌법 침해 사법부 독립 훼손에 대해 사법부가 침묵함으로써 동조했다고 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온라인 원격회의 방식으로 임시회의를 열고 5개 안건을 논의했지만, 모든 안건이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고 전했다.


이번 임시회의는 법관대표 126명 중 90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회의에서는 사법신뢰 훼손과 재판 독립, 정치의 사법화 우려 등 7개 안건이 제시됐고, 중복 안건에 대한 수정 과정을 거쳐 5개 의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표결이 진행된 안건 중 이 대통령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사법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 아울러 판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선 과도한 책임 추궁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한다'는 안건은 법관 90명 중 찬성 29명, 반대 56명으로 부결됐다.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 판결을 한 법관에 대한 특검, 탄핵, 청문절차 등을 진행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한다'는 안건은 법관 90명 중 찬성 16명, 반대 67명으로 역시 부결됐다.


이외의 안건들도 반대표가 찬성표의 두배를 넘기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장을 맡은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앞줄 오른쪽 세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빈손으로 종료된 데 대해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헌법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최근 민주당의 법관 탄핵 시도 등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고 있는 행위가 분명하다"라며 "이에 대해 법관회의에서 침묵했다는 건 법관의 권한 침해 및 헌법 침해 사법부 독립 훼손에 대해 사법부가 침묵함으로써 동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지나치게 민주당과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고, 사법부가 삼권분립 한 축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법관들이 사법 독립 침해에 침묵했다'는 견해에 일견 동의한다"며 "실제 법원에서 탄핵 소추 및 청문회 개최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실제 재판이 외부 여론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못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예측하기는 했지만,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다"고 부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처럼 소극적인 모습 때문에 더더욱 삼권분립의 침해에 제어장치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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