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 명줄을 쥔 김정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29 07:11  수정 2025.05.29 07:11

ⓒ데일리안DB

김정은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초미의 관심사인 우리 대선판에서 이재명 후보에 서광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준석 후보가 대선 완주 의지를 확고하게 밝히기 때문이다.


사실 김정은은 이재명 당선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계산할 게 많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 시절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북한에 100억원이나 불법으로 보냈느냐 여부가 이재명의 정치적 생명에,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변수 중 하나이다. 이미 이화영 당시 부지사가 관련해서 징역 7년 8개월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재명은 대선 토론에서 자신은 이와 무관하다 딱 자르면서, 자신이 개입되었다면 증거를 대라는 식으로 역공하는 상황이다.


김정은이 벙긋이 웃고 있다.


“날 만나기 위해 이재명이 돈 보낸 게 맞다” 한마디만 할 수 있었고, 아직도 할 수 있다.


“이재명이 날 만나러 오겠다는데 경기도지사에 불과하고 많은 문제점이 있어 이리저리 피했더니 돈을 보냈네, 그리고 날 만나고 난 후엔 더 큰 돈을 주겠다고 약속해서 그리하라고 지시했지, 대통령이 되겠다고. 그런 적 없다면서 딱 잡아떼며 감히 나에게 한 약속을 부정해, 참 한심한 녀석이야”라고 대북 불법 송금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왔으나 좀 더 조사·확인이 필요한 내용을 섞어 말할 수도 있었고, 아직도 시간은 있다.


김정은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당시 이재명 방북 건을 실무적으로 흥정했던 부하들의 입을 빌리면 된다.


그러면 이재명의 관련 재판은 필요가 없다.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도 입을 꾹 잠그고 있는 김정은이다. 김정은이 이재명의 당선을 결정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이걸 이재명이 모를 리 없다. 감읍하지 않을 리 없다.


이재명이 윤석열이 계엄을 하기 위해 김정은을 충동질했다, “제가 보기엔 아주 오랫동안 자극했는데 북한이 눈치채고 잘 견뎠다”라며 김정은을 옹호하는 듯 말한 이유가 있다.


내 건에 대해서도 더 참아달라, 대통령이 되면 알아서 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김정은은 알아들었을 것이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에게 그 감사의 계산을 해야 하고, 김정은이 그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한, 이재명은 김정은 변수를 항상 머릿속에 담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은 어느 때라도 두고두고 이재명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재명 역시 ‘평화’를 강조하고, “평화가 경제고, 경제가 평화”라는 문재인을 좇을 것이나, 문재인과 더 큰 차별성을 두고 더 할 것이다.


집권 전에 김정은에게 책잡히거나 빚진 적이 없다고 여겨지는 문재인이 그렇게 김정은에게 숙이고 들어갔는데,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힘을 실어준 김정은에게 이재명이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


이재명은 문재인 훨씬 이상으로 ‘평화’를 강조하고 ‘공존’에 힘을 쏟을 것이다.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책이다.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어렵지만 가장 튼튼하고 또 유능한 안보”라며 군불을 때고 있다.


김정은이 전쟁만 일으키지 않는 상황이 이재명에겐 평화다. 폭압적 독재자 김정은 체제 변화에는, 우리 동포 북한 주민의 인권에는, 북한 내정에는 일절 입을 떼지 않을 것이다.


분단 변화를 염두에 두는 평화가 아니라, 단지 김정은과 평화적으로 공존하겠다는 것은 곧 한반도에 분단을 고착하겠다는 다른 표현이다.


이재명은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말했던 “통일을 지향하긴 이미 너무 늦었다”, “통일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헌법이 정한 통일에 이르는 길”이라는 왜곡·주장을 김정은의 ‘2민족·2국가’ 주장으로 정당화할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66조 3항 대통령의 통일 의무는 그의 머리에 없을 것이다.


이재명이 대북 불법 송금과 정말로 무관하다면, 관련 주장이 소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려면, 이화영이 도지사인 자신을 무시하고 자신을 건너뛰어 독단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면, 이재명은 자신에 걸린 다른 혐의는 차치하더라도, 이 건만은 자신의 대통령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끝까지 법적 절차를 진행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공언해야 한다.


이준석 후보,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를 거부하고 완주하겠다 한다. 어떤 명분·이유로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미래만을 도모한 기회주의적 행태다.


이준석의 판단이니 그 책임은 그의 몫이다.


다만 이준석의 단일화 거부로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김정은이 가장 뛸 듯이 기뻐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알아야 할 것이다.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남북관계사(南北關係史)에서 가장 큰 현실에서, 북한 주민이 체제 불만을 이리저리 표현하고 이를 김정은이 폭압적으로 통제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 공고화에 이준석이 큰 일익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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