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호관계’ 러시아 백신에 관심 보여
코백스, 백신 ‘모니터링’ 요구에 北 부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한 북한이 국제 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백신 공급을 기다리다가 스스로 백신확보에 나섰다.
북한은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인 백신 접종 계획을 요구하는 코백스보다, 우호관계에 있는 러시아를 통해 백신을 공급하는 것에 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북한이 ‘스푸트니크 V’ 백신과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3월 코백스로부터 백신 약 100만명분을 제공받을 예정이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공급이 지연되는 이유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보다는 북한 내부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코백스 측은 북한에 백신 공급 조건으로 접종 대상자 등 상세한 모니터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러시아에서 백신을 공급받게 된다면 백신 접종계획 등 상세한 내용을 보고해야하는 의무에서 자유로울 것이란 분석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백스는 북한에 백신 접종 현황 등 투명성을 요구하지만, 러시아와는 그런 절차가 간소화될 뿐 아니라 한국이나 미국 등에 정보가 새어나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북한은 과거 상거래에서도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맞는 국가들과 교역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하지 않은 6개국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미국의소리(VOA)방송은 뉴욕타임스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3일 기준 북한이 아프리카 국가 차드와 브룬디·부르키나 파소·에리트레아, 카리프해 연안 아이티와 함께 아직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6개국에 속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환자=0명’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면서도, 백신 확보를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 또한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총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북한은 74차 연례회의에서 성명을 내고 “다른 국가는 구매 능력 탓에 백신을 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가 백신 국수주의로 필요한 분량보다 많은 백신을 확보하고 저장하는 불공평한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북한과 코로나19 백신을 나눌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3일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은 올해 우선 순위의 사업으로 코백스 백신을 북한에 배포하는 것을 꼽았다.
통일부는 지난 1일 북한의 코백스 협의 상황과 관련 “제공 일정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협의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