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위축 장기화·중국 저가 공세로 TV사업 쇠퇴기 본격화
삼성·LG, 용석우 VD사업부장·박형세 MS사업본부장 유임
"한국 TV 브랜드 파워 견고…리더십 연속과 안정에 무게"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TV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26년도 사장단·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을 모두 마무리 한 가운데, 올해 가장 큰 하강 곡선을 그린 TV 사업부문에서는 리더십 교체가 없었다. 수요 위축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고,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한층 거세졌지만 양사가 사령탑 '유임'을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말 인사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LG전자 MS(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사업본부의 수장 유임을 확정했다. 반등이 절실한 TV사업에서 리더십 교체 대신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결정으로 풀이된다.
올해 TV 산업은 구조적 쇠퇴가 본격화되며 국내 가전업계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4975만대로 전년 대비 4.9% 감소해 분기 기준 사상 처음 50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연간 출하량 역시 1억9559만대로 1.2% 줄어들 전망이다. TCL·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는 한국 기업의 출하량을 이미 앞질렀다.
이같은 현상은 양사의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VD·생활가전(DA) 사업부에서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LG전자 역시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가 같은 기간 30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양사는 조직 슬림화와 수익구조 개선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VD사업부의 경영진단을 진행하며 사업 전반을 재점검했고, LG전자는 희망퇴직을 실시해 인력 효율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조정에도 TV 사업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수장은 교체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용석우 VD사업부장, LG전자는 박형세 MS사업본부장을 유임했다.
이는 TV 시장 침체가 특정 리더의 판단이나 기술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에서 기존 리더십의 연속성과 안정성에 무게를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힘든 상황에서 리더십 변화는 오히려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미 축적해온 기술과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안정'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의 하강 국면 속에서도 시장이 여전히 양사를 신뢰하고 있다는 점은 기대되는 대목이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TV 시장에서 매출·출하량 1위 자리를 지켰다. 매출 기준 점유율도 29.0%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고부가 프리미엄 라인인 OLED TV 시장에서 출하량(49.7%)과 매출(45.4%) 모두 1위를 지켰다.
두 회사의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는 20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 LG전자는 13년 연속 OLED TV 1위를 달성하게 된다. 중국 업체의 추격세가 거세지만, 프리미엄 층에서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TV 시장 환경 가운데 기존 리더십의 연속과 안정에 무게를 둔 전략이 분명 유효할 것"이라면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지만, 한국 TV의 브랜드는 여전히 신뢰받고 있다. 안정적인 리더십 속에서 반등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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