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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부하는 건가, 고민하는 건가?


입력 2021.05.09 06:00 수정 2021.05.11 07:13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으로 검증 고개 더 험난해질 듯

국민의힘, 김종인 등과 거리 두기는 매우 쉬운 결정


윤석열 전 검찰총장.ⓒ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은 가만히 있는데, 주변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바쁘다.


그들의 이해타산으로 들어 오라 마라 하거나 완주할 수 있겠느냐는 둥 벌써 회의론을 띄운다. 윤석열이 국민의힘으로 들어 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진보좌파 집권 세력의 정권 재창출을 막기 위해서는 제1야당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는 충정이 우선이겠지만, 그를 데려와서 덕 좀 보겠다는 마음이 더 많이 읽힌다.


또 윤석열이 과거에 다른 비슷한 주자들이 그랬듯이 결국 끝까지 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에는 그들의 희망 사항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과 친정부 언론과 논객들, 집권 여당 의원들이 그들이다.


기자들이 윤석열의 계획과 관련해 맞춘 보도는 지금까지 많지 않다. 취재는 안 되고, 무엇보다 윤석열의 갈 길이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게 없는데, 독자들이 규칙적으로 그의 근황을 알고 싶다고 믿는 자신들 스스로 강박 때문에 사실이 아닌 기사들을 무리하게 내보낸다.


윤석열은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야권의 1등 주자다. 대선 10개월 전의 지지도라 숫자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서울과 영남, 충청에서 호감도가 절대적인 부분은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보수층은 물론 20~30대 젊은이들과 이념적으로 중도층에서 강한 지지 기반을 보인다. 진보좌파가 우위를 보이거나 열세가 두드러지지 않은 40~50대와 호남 지역에서도 윤석열에 관한 생각이 조금씩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 후보로 일찍 나서는 건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다. 그는 현재 여론조사 결과만으로는 제1야당을 나중에 자기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을 갖고 있다. 급한 건 기존 야당들이지 그가 아니다.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 주자 중에 5% 이상 지지를 받는 사람이 없다. 윤석열이 설사 중도에 하차하더라도 이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이들 군소야권 후보에 대한 심판을 끝냈다. 윤석열이 사라지면 또 새로운 인물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년 대선에 관한 한, 국민의힘 등은 윤석열 아니면 존재 의의가 없는 정당들인 셈이다.


윤석열은 야권 단일 후보가 아닌 야권의 대표적인 후보만 되어도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누적된 문재인 정부 실정, 위선과 무능, 오만과 독선이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다. 그는 당분간 제자리에서 실수하지 않고 대권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 제일 나은 선택이다.


윤석열은 누구를 만나고 어떤 분야 공부를 하고 있다고 측근을 통해 언론에 알리는 방식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지금 바로 국민의힘 안으로 들어가 그 ‘아사리판’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치는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 눈에 보여지는 것보다 낫다는 것은 물을 필요도 없다.


그런 간접 방식으로 노동전문가 중앙승가대 교수 정승국을 만나 현재 대한민국 노조 문제는 대기업 노조뿐만이 아니고 정규직과 공무원 노조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취업난 해결이 가장 중요한 나라의 과제라고도 짚었다. 외교와 안보 문제에 관해서도 전 외교통상부 차관 김성한을 만난 뒤 자신의 보수우파적 관점을 분명히 정리해 밝혔다.


윤석열이 국내외 이슈에 관해 핵심을 찌르는 말에 깊이는 많지 않다. 그의 얘기가 짧게 보도된 탓도 있지만, 길게 한다고 해서 아주 깊어질 것 같진 않다. 다만, 그는 김영삼 식의 명쾌하고 상징적인 언어 구사 감각을 지녔다. 알아듣기 쉽게 하고 공감을 얻는 능력이다.


국민들에게 자신의 근황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는 그에게 국민의힘 입당이냐 제3지대 결사체 결성이냐를 빨리 결정하라고 해봐야 돌아오는 건 침묵이다. 킹 메이커로 불리기도 하고 ‘권력 창출 기술자’라는 말도 듣는 김종인이 윤석열 측으로부터 그를 모시려는 움직임이 없자 이 말 저 말을 하며 떠보려 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이 5월 경에는 거취를 말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다 플랜B 운운하며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 김동연을 밀 수도 있다는 식으로 슬쩍 운을 뗐다. 요즘 와서는 윤석열이 6~7월 가서 새로운 판에서 대권 행보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흘린다. 다 그의 생각일 뿐이고 계산된 발언일 뿐이다.


윤석열이 고민하는 게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힘으로 가느냐 안철수와 손잡느냐 김종인을 모시느냐라기보다는, 대선 수업을 조기에 마치고 자신에게 쓰나미로 닥칠, 그동안 사람들 사이에 무성하게 회자돼 온 부인과 처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기존 중도 또는 보수 정당이나 김종인 등과 일단 거리를 두는 것은 그에게 전혀 어렵지 않은 상식적인 결정이다. 자신에게 당장 유리하지도 않고 부담이 따를 수 있는, 잘해야 본전인 선택을 굳이 성급하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정 철학, 그리고 자신과 주변에 대한 검증은 다른 문제이다. 한국 국민들의 정서, 사회 여론 형성의 특징을 고려할 때 특히 그렇다. 교육 병역 부동산 등 역린(逆鱗) 문제는 치명적이다.


TV에 나와 말 한 번 삐끗 잘못하면 끝이고 의혹과 관련해 대답 한 번 시원하게 못 하면 결정적으로 멍들어 버린다. 그는 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며, 필요한 처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때는 지금 정권의 충견(忠犬) 김오수가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으로 낙마한 이성윤 대신 검찰총장 후보자로 낙점된 상황이다. 그는 국회 청문 절차가 끝나고 총장 자리에 앉게 되면,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으나 일부 담당 검사들의 반발로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던 윤석열 처가 사건(장모의 수입차 판매 업체 주가 조작 관여 의혹, 아내의 전시 회사 후원 급증 의혹 등)을 본격 지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의 대선 개입 아닌(윤석열이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으므로) 대선 개입이 될 수도 있는데, ‘검찰 개혁’을 입에 달고 사는 이 정권이 그 개혁 완수 사명을 주면서 임명한 김오수가 윤석열의 검증 고개를 더 험하게 만들지 주목된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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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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