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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북정책 '환영'한 문정부, 무엇을 걱정하나


입력 2021.05.06 04:00 수정 2021.05.12 10:2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싱가포르 선언 '비공식' 계승

北 협상장 복귀 위한 '유인책' 없어

美, 선제적 제재완화에 거듭 선 그어

韓, '종전선언' 재추진할 듯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오랜 재검토 끝에 윤곽을 드러낸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에 문재인 정부가 "현실적·실질적 방향"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싱가포르 선언 계승'에 외교력을 집중해온 문 정부는 '싱가포르 선언을 포함한 과거 합의를 바탕으로 성과를 쌓겠다'는 미국 입장에 안도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선언을 '공식적'으로 계승하지 않았다는 점 △북한을 대화로 이끌 유인책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북한의 전향적인 협상장 복귀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4일 '미국 대북정책이 현실적·실질적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한다'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입장을 "정부 입장으로 이해해주면 될 것"이라며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초기단계부터 한미 간 긴밀한 협의·공조가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그리고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한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 발언을 종합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와 '억지'를 대북정책 양대 기둥으로 설정하고 △싱가포르 선언을 포함한 과거 북미 합의 사안을 토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단계적·점진적 비핵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뼈대'는 문 정부가 외교력을 집중했던 사안이 대체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까지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큰 틀의 대북정책을 공개한 이후부터는 문 정부가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활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팔을 걷어붙인 싱가포르 선언 계승 역시 '비공식적'으로나마 긍정적 답변을 얻은 상태다. 무엇보다 문 정부가 임기 초 내놓은 대북구상인 '포괄적 합의·단계적 접근'과 바이든 행정부의 '단계적·점진적 접근'이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일단 한미 간 '첫 단추'는 어긋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문제는 북미협상이 실질적으로 재개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데 있다. 당장 북한은 미국이 대략적으로 공개한 대북정책 기조에 '상응 조치'를 경고하며 강하게 반발한 상황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얼개가 "충분히 예상됐던 것"이라며 "놀랄 만하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은 없다. 그런데 가장 핵심은 북한을 끌어낼 유인책, 즉 불쏘시개인데 그게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 복귀를 결정할 '구체적 제안'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제재완화를 제외하면 마땅히 꺼낼 카드가 없다는 게 문제다. 아울러 싱가포르 선언에 대한 '공식적 추인' 여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김 원장은 "(싱가포르 선언을) 추인하는 워딩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싱가포르 선언을 존중하고 여기서부터 시작한다는 (공식적) 워딩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명이 들어간 싱가포르 선언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절차를 밟아야만 북한이 호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오는 21일(현지시각)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상윤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올 방안이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듯하다"면서도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서 '제재는 외교를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제재 완화·해제에 있어선 우리 정부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어떤 '당근'을 줄 것이냐를 두고 (한미 간)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5일(현지시각)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물론 △지난 3월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담 △지난 4월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에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대북제재)에 대한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정부 역시 이 같은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제재완화를 섣불리 요구하기보단 종전선언이라는 '오래된 카드'를 또 한 번 미국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원장은 북한이 애초 원했던 것은 체제보장이었다며 "종전선언, 불가침 선언은 부담이 크게 없다. (협상을) 출발하는 데 있어 북한에 인센티브를 주면 북한도 체면이 서고,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수 있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아무도 부담을 지지 않고 상대방(북한)에게 안도감 줄 수 있다"며 "북미 신뢰구축 초기 단계에 (종전선언이) 아주 적합한 조치라는 점을 (미국 측에) 설득하고 있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유보적이라는 보도가 많이 있지만, 미국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장관은 "미국이 종전선언 전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좀 더 행동으로 옮기길 희망하는 듯하다"며 "협의하면 못할 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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