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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 증산하면 EV6 어쩌나…현대차·기아 '행복한 고민'


입력 2021.03.09 11:30 수정 2021.03.09 16:0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사전계약 몰려 증산 없으면 대기고객 1만명 내년 기약해야

증산시 배터리·반도체 수급, 노조와 협의, 보조금 소진 등 걸림돌

아이오닉 5(왼쪽)와 EV6 티저 이미지. ⓒ현대자동차/기아 아이오닉 5(왼쪽)와 EV6 티저 이미지. ⓒ현대자동차/기아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면서 현대차그룹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수요에 대응하려면 증산이 불가피하지만, 부품 수급이나 노조와의 협의 등이 걸림돌이고, 기아차 EV6 출시 이전에 정부 보조금이 동나는 것도 부담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아이오닉 5의 올해 글로벌 생산목표를 기존 7만대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대차는 당초 올해 7만대의 아이오닉 5를 생산해 국내에 2만6500대를 판매하고 나머지 4만3500대를 해외에 수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내 사전계약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기존 계획대로라면 1만명 이상의 고객을 내년까지 기다리게 만들 상황에 처했다.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달 25일에만 2만3700대가 계약됐고, 현재까지 누적 계약은 국내 판매목표를 넘어 전체 생산계획의 절반인 3만5000대를 크게 상회하는 상황이다.


해외 물량을 국내로 돌릴 수도 없다. 오히려 해외 법인에서 아이오닉 5 물량 배정을 늘려달라고 할 판이다. 유럽에서는 사전 계약금 1000유로(약136만원)까지 내걸고 한정 물량 3000대의 사전계약을 받았으나 1만대의 계약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북미 시장에서도 지난달 23일 열린 온라인 공개 행사를 통해 아이오닉 5를 접한 언론과 소비자들이 디자인과 혁신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요에 맞춰 무턱대고 생산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연간 생산계획에 맞춰 부품 수급계획을 짜놓은 상태라 증산도 협력사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특히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반도체 수급이 관건이다.


아이오닉 5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SK이노베이션은 ‘선 수주 후 증설’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여유분 공급은 가능하겠지만 사전 계획되지 않은 대규모 공급 확대 요구에는 대응하기 힘들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세계적인 수급난에 처해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부터 반도체 공급 부족을 예측하고 기존 생산수요에 대응할 만한 재고 물량을 확보한 상태지만 계획 이상의 생산량 확대는 대응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더 큰 걸림돌은 노조와의 증산 합의다. 현대차 노사는 이달 중 아이오닉 5 양산에 돌입하기 위해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작업자수인 ‘맨아워’를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V6 티저 이미지. ⓒ기아 EV6 티저 이미지. ⓒ기아

현대차그룹 전체적으로는 오는 7월 출시될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프로젝트명 CV)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도 고민해야 한다.


기아는 이날 EV6의 차명을 확정하고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며 출시에 앞서 고객 잡기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아이오닉 5와 EV6가 나란히 잘 팔려준다면 좋겠지만 시장 규모가 한정된 게 문제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12만1000대를 보급할 예정이며, 그 중 버스와 화물차, 이륜차(오토바이)를 제외한 승용 전기차는 7만5000대 수준이다. 환경부의 보급 목표는 보조금 지급 대수를 의미한다.


보조금이 100% 지급되는 6000만원 미만 가격대에서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중저가 전기차 시장 규모가 7만5000대로 한정되는 셈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의 사전계약 물량에 맞춰 국내 공급량을 1만대만 늘려도 승용 전기차 보조금 절반 가까이(3만6500대)가 소진된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 아이오닉 5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를 위협하고 있는 테슬라는 엔트리 차종인 모델3는 물론 신차 모델Y까지 기본 트림 가격을 보조금 100% 지급 기준으로 맞춘 상태다.


르노삼성도 르노로부터 유럽 최다 판매 전기차 조에를 들여와 지난달부터 사전예약을 진행 중이다.


자칫하면 기아가 EV6를 내놓기도 전에 보조금이 동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V6가 출시되는 하반기에는 다른 전기차 모델들도 경쟁에 합류한다.


한국GM은 기존 전기차 볼트 EV의 SUV 버전인 볼트 EUV를 올해 중 출시할 예정이며, 쌍용차도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하고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면 브랜드 최초 전기차 모델 ‘E100’을 국내 시장에 내놓는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기아 EV6의 국내 시장 대뷔가 보조금 소진으로 빛이 바래는 상황이 바람직할 리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 5 수요가 계획 물량을 크게 웃도는 건 사실이지만, 증산 여부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걸려 있어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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