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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인력 이탈에 글로벌 금융 지형 '흔들'


입력 2020.12.05 06:00 수정 2020.12.05 10:5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감염 우려에 뉴욕·런던 등 금융 중심지 떠나는 전문직들

인력 공동화 현상 추세적 확산 기로…신흥국에겐 '기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뉴욕과 런던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의 전문직 종사자 이탈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요 도시들에서 금융 인력 공동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자료사진)ⓒ픽사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뉴욕과 런던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의 전문직 종사자 이탈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요 도시들에서 금융 인력 공동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자료사진)ⓒ픽사베이

뉴욕과 런던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밀집된 대도시를 떠나 외곽으로 이사하거나 다른 도시로 이주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일상생활을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요 도시들의 금융 인력 공동화 현상이 추세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금융 대도시들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신흥국들은 이런 지형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5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뉴욕을 떠난 인구는 25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런던에서도 시의회의 설문 조사 결과 전체 인구의 14% 가량이 런던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아시아의 대표적 금융 도시인 홍콩의 경우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자유와 인권 침해를 우려한 국민들의 해외 이주가 확산되고 있고, 특히 35만명에 달하는 해외 시민권 보유자들 상당수가 영국으로의 이민을 희망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 중심지들에서 도시를 떠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있다. 대도시와 주변의 밀집된 주거지역에 거주하면서 장시간 혼잡한 출퇴근과 밀도가 높은 근무환경에 노출되기 보다는 재택근무를 통해 감염 가능성을 낮추고, 비용이 많이 드는 대도시를 벗어나 보다 여유롭게 생활하고자 하는 욕구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정책 연구기관인 맨하탄 인스티튜트가 뉴욕에 거주하는 10만 달러 이상 고액연봉자 7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는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65%는 뉴욕의 높은 생활비 등으로 재택근무가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시는 5만 달러 이상의 연봉자들에게 3.9%의 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뉴욕주가 부과하는 최고 소득세 8.8%를 감안하면 지방소득세만 13%에 이르는데, 이는 플로리다나 텍사스, 네바다 등과 같이 지방세가 아예 없는 지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410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이끌고 있는 폴 싱어 회장은 이런 여건들을 감안해 맨하탄에서 플로리다로 본부 이전을 결정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칼 아이칸은 이보다 앞서 플로리다로의 사업장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이렇게 세계 금융 중심 도시들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 인력들의 공동화가 어느 정도 현실화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중심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대목이 많다는 조언이다.


우선 금융과 회계 법률 등과 같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업종은 코로나19 확산 시 대도시로부터 인력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이에 금융 중심지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방역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란 믿음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뉴욕시의 사례처럼 소득세가 낮은 지역으로 금융사들이 자리를 옮기는 움직임은 코로나19 장기화 시 국제적 흐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이다. 이를 고려해 우리나라도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심화로 도시뿐 아니라 국가를 이동하는 이른바 팬데믹 유목민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혜택을 초과하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고급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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