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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르포] "우리는 뭐 묵꼬 살라꼬? 나가 죽으라는 거지"…주민들 격앙


입력 2020.11.24 10:30 수정 2020.11.24 11:32        데일리안 부산 =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주민들 "고향·일자리 잃는데 정부나 정치인들

우리한테 한 번도 의견 물어본 적 없어" 분노

"오거돈, 여기에 땅 많이 사놨다고 하더라" 소문도

토지·건물 매매 문의 전화 최근 크게 증가

23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덕도 일대ⓒ송오미 데일리안 기자 23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덕도 일대ⓒ송오미 데일리안 기자

"요즘 같은 세상에 대학원 석·박사 딴 사람들도 취업을 못해서 난리인데, 우리는 뭐 묵꼬 살라꼬? 나가 죽으라는 거지."


23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서 만난 대항어촌계 핵심 간부 A씨(66)는 여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 묻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검증 결과를 발표한 뒤 정부·여당과 부산 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힘을 모으면서 부산 지역 민심은 대체로 들떠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덕도 민심은 그게 아니었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남해상의 섬인 가덕도는 부산에서는 가장 큰 섬이다. 면적 21.073㎢로 영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인구는 3천580명가량이다.


이 간부는 "정부도 그렇고 정치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주민간담회는커녕 우리 주민들한테 단 한 번도 가덕도 신공항 관련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며 "자기들끼리 난리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산 지역 사람들은 '가덕도 사람들 부자되겠다'고 생각한다. 환장할 노릇"이라고 했다.


23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23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가덕도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52)도 "공항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 고향이 없어진다. 정부에서 보상금을 받아서 다른 지역으로 간다고 해도 거기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며 "평생 어업으로 먹고 살아서 다른 기술이 없는데, 당장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애들 공부도 시켜야하는데 생계가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가덕도 주민들 중 신공항에 찬성하는 소수의 의견도 있었다.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C씨(58)는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 중에는 고기도 잘 안 잡히고 장사도 잘 안 되니까 차라리 신공항이 얼른 생겼으면 하는 분들도 좀 있다"고 했다.


가덕도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D씨(61)는 "여기 주민들은 공항 들어오는 거 대부분 반대한다"면서도 "일부 장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 중에는 찬성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23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23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는 분위기다. D씨는 "검증위 발표 전부터 토지와 건물 매매 문의 전화가 많이 왔는데, (검증위 발표가 있던) 지난 17일 이후 더 확 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은 5년 전에 공항이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 돌았을 때부터 다 올랐다"며 "최근에 건물을 사고 싶어 하는 분들이 제법 있는데 지금은 물건 자체가 많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E씨(48)도 "최근에 매매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정부는 2015년 동남권 신공항 사업 후보지에 대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타당성 연구용역을 맡겼다. 2016년 ADPi는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증 용역'에서 △가덕도 신공항 △밀양 신공항 △김해공항 확장안을 검토했고, 김해신공항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F씨(56)도 "몇 년 전에 신공항 들어온다고 할 때 땅 값은 거의 다 올랐다. 그때 외지인들이 땅을 엄청 사놨다. 여기에 있는 신축 빌라들도 전부 외지인들이 정부로부터 보상 받으려고 지은 것"이라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땅도 엄청 많다고 하더라"고 했다. 가덕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G씨(71)도 "여기에 오거돈 땅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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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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