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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계속되는 고인 모욕 논란, ‘정도’없는 유튜브 콘텐츠들


입력 2020.11.06 00:00 수정 2020.11.05 16:1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가로세로연구소, 이번엔 故 박지선 고인 모욕 논란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유튜브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검색을 하고, 음악을 듣고, 드라마와 예능을 보는 시대다. 하지만 정보전달자로서의 자격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정도를 넘는 유튜버들의 자극적 콘텐츠 생산이 이런 의문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 혐오 조장, 혹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고인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일 개그우먼 박지선이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망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버들은 평소 고인이 지병을 앓았다는 것을 바탕으로 동기를 추측하고, 슬픔에 잠긴 고인의 동료들 모습을 앞다퉈 전달하면서 클릭유도에만 몰두한 모습이다.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고인이 생전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메이크업(화장)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썸네일에 ‘화장 못하는 박지선’이라는 이중적 해석이 가능한 표현을 붙여 논란이 됐다. 또 고인의 사망 동기를 어떤 근거도 없이 ‘의료사고’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세연은 문제를 지적하는 네티즌에 날을 세우며 반박하기 바빴다.


결국 네티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처벌을 요구하는 글까지 올렸다. 이렇게 된 데에는 가세연이 고인 모욕성 콘텐츠를 다룬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7월 박원순 시장이 서울 종로구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채 발견되자 사건 현장을 찾아 생방송을 진행했다. 방송에서 이들은 고인의 사망 당시 정황에 대한 추측들, 그와 관련한 농담을 주고받고, 웃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 이날 기 치료 및 점집을 운영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유튜버 A씨도 ‘쥐띠 박지선 햇빛알레르기 지병은 신병’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태양을 피하는 병은 즉 신을 피하는 병으로, 마음 안에 마귀·사탄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이건 신만이 고칠 수 있고, 이런 병을 겪는 이들은 내가 고쳐줄 수 있다”고 영업했다.


지난해 10월 그룹 f(x) 출신 배우 설리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유사한 사례들이 나와 유튜브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당시 유튜브에는 설리의 원혼과 대화를 했다는 무속인부터 조국의 장관직 사퇴 원인과 연관 짓는 억지 주장, 설리의 전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유튜버 등이 등장했다. 설리의 죽음을 ‘클릭’ 유도 소재로 사용한 것이다.


다수의 네티즌이 이런 자극적인 방법으로 조회수를 늘려 돈을 버는 유튜브 생태계 자체의 개선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유튜브는 “사용자들이 신고한 콘텐츠를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앞으로 문제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유튜브는 부적절한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제재하기 위한 ‘노란 딱지’ 제도를 지난 2017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구글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특정 영상 콘텐츠에 노란 딱지를 부여해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이 제한되거나, 아예 얻을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유튜버들은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채팅창의 시청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슈퍼챗’ 플랫폼으로 또 다시 우회로를 만들어 수익을 내고 있다. 실제로 가세연의 경우 국내 기준 슈퍼챗 순위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전체 수입이 1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과도한 후원 경쟁에 내몰린 유튜버들이 결국 더 자극적인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게 됐다는 말이다.


플랫폼과 유튜버들의 무책임한 콘텐츠 생산, 유통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이를 수용하는 이용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미디어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비판적으로 소비하면서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소비는 결국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도록 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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