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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후보 내지 말라"…국민의힘 회의실에 울려퍼진 까닭


입력 2020.11.02 04:00 수정 2020.11.02 05:53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문대통령, 2015년 10·28 고성군수 재선거 당시

"재선거에 예산 수십억…새누리당이 책임져야"

내년 4·7 서울·부산시장 보선에는 838억 소요

문대통령 과거 '일갈' 감상하다 웃음 못 참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지난 2015년 10·28 재·보궐선거 당시 경남 고성군수 후보 지원유세에서 재선거에 책임 있는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는 영상을 1일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지난 2015년 10·28 재·보궐선거 당시 경남 고성군수 후보 지원유세에서 재선거에 책임 있는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는 영상을 1일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 후보 내지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후보를 내지 말라'는 카랑카랑한 꾸지람이 새누리당의 후신 정당인 국민의힘 회의실에서 울려퍼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몰염치 공천 규탄 긴급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15년 10·28 재·보궐선거 당시 경남 고성군수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함께 돌려봤다.


영상 속의 문 대통령은 "재선거 하는데 예산만 수십 억원이 든다"며 "새누리당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 후보 내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후보를 낸 것은) 고성군민을 우습게 여기며 우롱하는 것"이라며 "표로써 확실하게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정양석 사무총장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성군수 재선거에 '예산만 수십 억원'이 든다고 문 대통령이 절규했지만,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571억 원,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는 267억 원이 소요된다.


영상 재생을 마친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며 "'당 소속 선출직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을 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 않는다'는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을 누가 만들었느냐"고 추궁했다.


이어 "영상에서 말했던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며 "눈가리고 아웅하는 당헌 개정은 지금이라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약속 뒤엎는데만 전당원투표…벌써 세 번째
주호영 "국민 기만하는 사기 가까운 정치행위"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내로남불 꼬집
경남 의령군수 무공천 방침 재차 밝혀 '배수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 바탕에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쓰인 백보드를 배경으로 긴급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 바탕에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쓰인 백보드를 배경으로 긴급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과 이날 이틀간에 걸쳐 실시한 전당원투표 결과를 2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뒤 발표한다. 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들었던 당헌을 뒤엎는 절차인데도,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SNS 인증까지 하며 떠들썩하게 진행됐다는 평이다.


기쁜 일, 좋은 일에 전당원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뭔가 말을 바꿔야할 때 전당원투표가 동원되는 현실도 이날 도마 위에 올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총선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행하면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계획이 전혀 없다'고 누차 강조하더니, 전당원투표로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다"라며 "국민을 기만해온 사기에 가까운 정치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도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하지 않겠다더니, 이 또한 전당원투표로 스스로 약속을 저버렸다"라며 "전당원투표는 약속을 뒤집는데만 이용하느냐"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회의실의 '백보드(배경판)'도 바뀌었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바탕에 흰 글씨로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 소재를 따서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지적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소속 선출직의 귀책사유로 치르게 된 경남 의령군수 재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확인함으로써 배수진도 쳤다.


경남 의령군에서는 이선두 군수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고 출마해 당선됐으나,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혐의로 올해 3월 30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돼 군수직을 상실했다. 이와 관련, 김종인 위원장은 내년 4·7 의령군수 재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뜻을 시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이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의령군수 재선거와 관련해서는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전에 (무공천) 입장을 밝혔다"라며 "그 입장에 전혀 변동이 없다"라고 단언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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