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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야당, 딴 소리 말고 윤석열 맞을 준비하라


입력 2020.10.25 07:30 수정 2020.10.25 06:35        데스크 (desk@dailian.co.kr)

구원(舊怨) 깨끗이 털고 그의 자리 비워 놓는 대승적 전략 필요

추-윤 싸움 반사이익 즐기는 안이한 자세로는 실기 가능성 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국감 스톰이 지나간 뒤끝은 굴욕과 희망의 두 얼굴을 보인다.


문재인 정권에게 검찰총장 윤석열은 이제 통제할 수 없는 ‘부하’다. 그가 정권에 당장 칼을 겨눌 수 있는 힘은 많지 않다. 법무부장관 추미애가 그를 꼼짝 못하도록 이빨을 뽑아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빨은 없어도 포효(咆哮)는 할 수 있는 호랑이인 것이다.


포효 그 자체로 장관 추미애와 대통령 문재인을 비롯한 집권 세력은 주눅이 들어 앞으로 어찌 해볼 마땅한 수단이 없게 됐다. 승부의 세계에서 기싸움은 거의 모든 것이다. 그 기가 꺾이면 힘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빌빌 대다 나자빠지게 돼 있다. 윤석열은 그 기싸움에서 이번에 이겼다.


‘민주주의 국가의 검찰총장이 정권과 승부를 벌이고 기싸움을 하는 사람이냐, 그것을 부추기냐’ 라고 비판하지는 말기 바란다. 그 싸움을 건 사람은 추미애고 이 정권 사람들이다. 윤석열은 참고 있다가 국정감사라는 TV 생중계 기회를 이용해 정권과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을 했을 뿐이다. 결과적인 기싸움이었고, 그는 그 승부에서 승자가 된 것이다.


국감 폭풍을 다음날 새벽까지 지켜보며 환호하고 통쾌해 한 보수 야당으로서는 희망을 갖게 됐다. 그러나 그 희망의 정도가 어째 뜨뜻미지근하며 한 쪽에서는 잡음까지도 들려 걱정스럽다. 신중한 태도는 좋다. 작심 발언 몇 마디에 호들갑을 떨며 당장 자기 당 대선 후보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김칫국을 마시는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에게도 윤석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이번 윤석열 사태 후에 보인 여당과 야당의 그의 거취에 대한, 임기를 마쳐야 한다는 듯 한 공통적 바램은 매우 흥미롭다. 여당은 그에게 물러나라는 말을 일체 안하기로 약속이나 한 것 같은 모습이다. 사퇴하라고 몰아붙일 동력도 상실해 버렸지만, 물러나도록 강제하면 (대선 후보로서의) 그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하는 불안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 대표 이낙연 같은 이는 난데없는 공수처 설치의 정당함과 절박함에 윤석열의 ‘항명’ 태도와 ‘위험한’ 인식을 갖다 붙였다. 무서운 경쟁자를 대선엔 나오지 말게 하는 한편 자기들 정권 유지와 재창출에 필요한 조직의 합리화에 이용하려는 계산이다.


제1야당 국민의힘 쪽에서도 윤석열의 사퇴와 조기 대선 출정을 바라지 않는 눈치를 보이고 있다. 원내 대표 주호영이나 대변인 최형두는 정치적 중립성, 순수성 왜곡 등이라고 해 그에 대한 입장을 유보 내지는 거리 두기로 나타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당의 간단하지 않은 속사정을 내비친 것이다.


윤석열은 대통령 뜻을 들면서(4.15 총선 후 메신저가 전했다는 이 부분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아 헷갈리긴 한다)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그가 권력 사건과 관련해 총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데다 추미애와 친문들의 견제, 그에 따른 모욕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면, 임기까지 소임을 다한다는 것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차라리 가려고 하는 길 가는 시기를 앞당겨 더 크고 확실하게 그들과 싸우는 준비 시간을 가지려는 결정이 필요하고 현명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그가 지검장, 특별 검사로서 과거 보수 정권에 ‘저지른’ 수사 이력에 이를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윤석열이 국정원 댓글, 이명박 주가 조작,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 ‘사법 농단’ 등의 수사로 보수 진영을 초토화시킨 사람이었다고 본다. 검찰총장 인사 청문회 때는 그래서 반대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당시 그를 훌륭한 검사로 떠받들다 조국을 비롯해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하니 정치 검사라고 공격, 그들의 표변이 정권에 비판적인 다수 국민들에게 실소를 안겨 주었다. 이번 국감에서 윤석열에 “똑바로 앉으라”고 호통을 친 민주당 의원 박범계가 대표적이다. 윤석열과 사법연수원 동기(나이는 사시 합격이 매우 늦은 윤석열이 더 많다)인 그는 여러 해 전 박근혜 정부에서 윤석열이 진보좌파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는 수사를 하다 좌천됐을 때 ‘윤석열 형’ ‘의로운 검사’ 운운하며 위로를 보냈었다.


그런 사람이 돌연 국회에서 자기가 의원이라고 피감자인 윤석열에게 군기를 잡은 것이다. 국감장을 몇 개월 차이로 입대 먼저 했다고 후임자들을 기합 주고 구타하던 그 옛날 내무반과 같이 보는, 소위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자들의 의식과 행동이 저렇게 한심하고 우습다. 상황에 따라 180도 바뀌는 말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은 아니지만, 보수 야당 대통령 후보와 당 대표를 지낸 무소속 의원 홍준표의 반응은 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서의) 윤석열에 대한 입장의 일단을 보여 준다.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건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다.”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다수 국민들은 이 말이 경쟁자를 의식(견제)하는 홍준표에게서 끝나기를 바랄 것이다. 윤석열이 과거에 보여 준 좌도 우도 없는 수사 열정(욕심이라고 해도 좋다)은 검사라는 직업인으로서는 칭찬 받아야만 할 큰 장점이다. 검사가 정치적인 고려를 해서 수사한다면 검찰과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야당은 그가 보수 정권에 무자비하게 칼을 댄 점을 자산으로 여기는 대승적 시각을 가지는 게 좋다. 지난 선거 기준으로 대선 승자는 40~50% 득표로 결정된다. ‘죽어도 좌파’와 ‘죽어도 우파’인 콘크리트 지지층은 각각 20%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20% 이상을 새로, 확실히 끌어들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 20% 흡인력은 어디에서 생기는 것인가? 가장 큰 요인은 새 인물이다. 좌파나 우파로 일찍부터 이름표를 달아 온 사람은 새 인물이 아니다. 새 인물이면서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 야당 안팎에서 떠오르고 있는 사람들은 한계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들(소위 잠룡)이 받는 점수는 1~3%들에 불과하다. 이유는 새 인물이 아닌, 이미 평가가 끝난 사람들이란 점이 절대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윤석열의 이력은 느리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물로 비유하면 황소이다. 연세대 상대 명예교수인 부친의 고향은 충청도 공주이며 자신은 서울 연희동에서 61년 2월(음력은 경자년인 60년 12월) 태어났다. 그래서 그는 지역 기반(?)이 충청도로 통하는데, 이것은 한국 정치 지형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은 배경이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1년 재수해서 들어간 80학번이다. 고시는 91년에 합격했으니 대학 4년에 첫 시험을 봤다고 하더라도 무려 7년 만에 됐다(그는 좌우안 시력이 크게 다른 부동시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으며 지금도 계단을 밟을 때라든지 일상 거동에 불편이 있다). 결혼도 나이 52세에 했다. 출세와 목표 지상주의적이 아닌 특이한 길을 걸어 온 사람이다.


국민의힘 당에서 윤석열이 조기 퇴임을 하고 정계에 진출할 경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고 대선 후보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칠 위치에 있는 사람은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이다. 그는 윤석열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검찰총장으로는 괜찮은 사람이다.”


김종인은 경제를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 해 왔다. 그런 점에서는 윤석열이 그의 기준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를 아는 것과 경제를 미래에 최적화한 길로 이끄는(최소한 방해를 하지 않는) 안목과 지도력을 갖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정치인은, 특히 대통령에게는 후자의 덕목과 능력이 필수적이다.


현재와 미래에 보수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고, 되었으면 하고 보수 진영에서 바라는 뛰어난 인물들이 기존 후보군 외에도 여럿 있다. 감사원장 최재형과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이 그런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품과 능력이 아무리 훌륭해도 본인의 권력 의지가 없으면 대통령은 될 수가 없다. 이미지가 좋은 새 인물들인 두 사람은 현재로서는 고사 가능성이 많다.


윤석열은 국감에서 야당 의원의 정치에 뜻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그는 마음을 정해 가고 있고, 어느 시점에서 굳히게 될 것이라고 이 말을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본다. 따라서 보수 진영은(윤석열은 진보 진영으로는 갈 수가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보고) 그를 맞을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추미애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텨 온 그이기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서기로 한 이상 친박이니 뭐니 하는 기득권자들의 사사로운 구원(舊怨)에 의한 반대 잡음쯤이야 간단히 잠재울 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진심으로 환영하는 것이 보기에도 좋지 않겠는가?


가능하다면, 그의 정치 훈련과 학습을 위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일정 지위와 책무를 가지고 현장에서 뛰어 볼 수 있도록 하는 시간표를 짤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추-윤 싸움의 지속으로 얻는 반사이익이나 즐기자는 안이한 자세로 굴러 온 정권 교체 기회를 놓치고 또 최소한 4년을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보수 지지자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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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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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헌 2020.10.25  08:53
    국민의 힘은 어서 윤총장을 모셔와야 합니다.
    대통령이 될 만한 인품의 인물이 현재 그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백전노장인 만큼 이 중요한 일에 실기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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