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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기로' 쌍용차, 인수후보 등장에도…'먹튀' 트라우마 잔존


입력 2020.09.25 06:00 수정 2020.09.24 15:48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HAAH 인수 제안 나섰지만…못미더운 투자여력·사업계획

기술만 쏙 빼간 '상하이차 사태' 악몽?…산은 추가 투자 관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전경.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전경. ⓒ쌍용자동차

생사기로에선 쌍용자동차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는 모양새다.


연이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쌍용차는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줄 새 주인이 절실하게 필요다. 최근 유력한 인수후보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투자여력과 사업계획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 ‘HAAH오토모티브홀딩스(HAAH)’는 쌍용차 지분투자 제안서를 매각 주관사에 전달했다. 인수 희망 지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300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향과 함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추가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투자자들은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만큼 HAAH의 매각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만약 계약이 성사될 경우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마힌드라)는 현재 74.65%인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춰 대주주 지위를 포기해야한다.


하지만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이번 제안을 두고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HAAH의 재무여건과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우려가 상당해서다. HAAH의 연매출 규모는 2000만달러(약 24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6500억원 규모의 쌍용차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체리자동차 등 투자자의 참여가 필수다. 쌍용차 경영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조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이같은 우려를 더한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HAAH의 지분을 보유한 중국 체리자동차가 쌍용차를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상하이차 먹튀 악몽'을 재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앞서 중국 상하이차는 2004년 기업회생절차에서 벗어난 쌍용차를 인수했으나 약속했던 투자 없이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는 1조원 이상의 기술만 유출되고 2600여명을 정리 해고당했다.


또 산은은 HAAH 측이 요구한 추가 투자요구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는 탓이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이 기간에 누적된 적자가 6271억원에 달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에 대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도 걸림돌이다. 현재 쌍용차는 마힌드라를 통해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2000억원 가량 단기 자금을 빌렸고 은행들은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해 보유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마힌드라가 지분을 매각하면 바로 차입금을 갚아야해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대출 조건 변경도 협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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