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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또 고개든 BTS 군면제 여론…모호한 ‘국위선양’의 기준


입력 2020.09.03 08:54 수정 2020.09.03 09: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빌보드 1위가 군면제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정작 당사자들은 “병역은 당연한 의무” “한국 남자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태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군 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그들이 전 세계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이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고 관광·문화 산업의 핵심 인물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들의 성과를 두고 쵤근 “K팝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쾌거”라고 평하기도 했다.


정부는 예술·체육요원의 병역특례 조작 파문이 잇따르자 지난해 11월 병역특례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중문화예술인도 예술 대체복무 요원에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대체복무 감축 기조,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기본 입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방탄소년단도 병역엔 예외가 없다”는 정부 입장이 재확인된 셈이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예술인은 정부 지정 국제 콩쿠르 등에서 1~2등에 입상하거나 국악 등 국내대회 1위를 해야 병역을 면제받는다. 하지만 예술 분야 대상자를 ‘순수 예술인’으로만 한정한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방탄소년단과 같은 한류 연예인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군 면제 민원이 이어지는 건 ‘예술인’의 범위에 대중문화예술인을 제외시키면서 오는 형평성의 문제, 또 정부가 언급한 ‘국위선양’의 모호한 기준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18년 한류 확산의 공을 인정받아 아이돌 가수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화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지만, ‘국위선양’의 범주에 두진 않는 의아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르자 한 네티즌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방탄소년단의 병역 혜택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 A씨도 “케이팝, 케이컬쳐가 전 세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 역시 한류, 특히 방탄소년단을 전면에 내세워 관광산업의 축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필드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병역 문제가 정리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방탄소년단은 이변이 없는 한 1992년생인 맏형 진이 올해 안에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여당이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로서 국위선양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입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병역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탄소년단의 입영 연기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번 병역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입영 연기 대상자에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위 선양에 현저한 공이 있다고 추천한 사람’을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문체부 장관의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으로는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3년 이상 일하고 국가 위상을 높인 공로가 인정돼 정부의 훈·포상을 받은 사람’이 검토되고 있다.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읽히지만, 여기에도 여전히 기준의 모호함이 존재한다. 병역 연기 대상자를 문체부 장관의 ‘추천’으로 규정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누군가의 추천으로만 대상자가 선정될 경우 개인의 입맛에 따라, 혹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달라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간 병역 면제·연기와 관련해 숱한 논란이 있었던 만큼, 그 혜택의 기준을 정하는데 있어서는 더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돌그룹이 다수 소속된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B씨는 “예술·체육계처럼 모든 국민들이 병역특혜를 인정할 수 있는 공인된 목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빌보드 ‘핫100’에서 1등을 한 것으로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닌, 특혜에 따른 명확한 기준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면서 “여성 혹은 병역을 이미 마친 사람들에 대해서도 또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도 함께 논의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대중음악 기획사의 C대표 역시 “순수문화예술체육에만 병역특혜를 주고 대중문화예술인은 제외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현재 케이팝의 성과와 발전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빨리 대중음악 분야에도 군 면제 제도가 필요하다”면서도 “단순히 빌보드 1위를 기준으로만 할 게 아니라 방탄소년단의 기록과 성과를 표본으로 매년 1팀을 대한민국의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군 면제 혜택을 주는 방법도 좋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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