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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스테이지 무비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개척한 새로운 장르


입력 2020.08.30 00:08 수정 2020.08.30 00:0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공급자 중심의 공연 실황 중계, '소비자 중심'의 스테이지 무비로

장기적 정착 위한, 지원과 투자 필요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만남이 사라지고, 대부분의 일정은 온라인과 영상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 초기만 하더라도 이런 상황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두 달여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은 이미 처참히 무너졌다. 지금까지 누적확진자가 2만 명에 가까워졌고, 사망자는 300명을 넘어섰다.


모두의 일상이 변했지만 유독 변화의 폭이 큰 건 공연계다. 대면 접촉을 기본으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던 공연계의 변화는 불가피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공연의 영상화 작업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 2006년 시작된 ‘메트:라이브 인 HD’와 2009년 ‘NT라이브’가 해외 공연 영상 유료화 시장의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시작된 예술의전당의 싹 온 스크린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간 공연의 영상화는 공연을 볼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이들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을 주요 목표로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공연 영상화 사업은 대부분 공연 실황을 중계하는 선에서 그쳤다.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영상화 작업은, 기록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예술의전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스테이지 무비’(Stage movie)를 선보였다. 새로운 도전의 첫 결과물은 지난 19일 상영을 시작한 ‘늙은 부부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공연영상화사업의 질을 높이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공공극장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면서 “공연의 실황을 다양한 카메라워크로 표현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몰입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상 모니터를 통해 즐기기 좋게 음악을 입히고 편집도 하고 외부에서 찍어 넣기도 했다”고 스테이지 무비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실제로 작업물은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할 때의 무대를 풀샷으로 촬영하고, 이후 카메라가 무대에 올라 촬영을 한 것을 적절히 편집했다. 또 공연실황과는 다른 음악도 스테이지 위에 삽입하면서 새로움을 더했다. 야외에서 촬영된 인트로 영상 등이 추가된 것도 공연실황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그럼에도 공연이 영상매체의 속도감을 쫓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타이트한 후반작업을 통해 스테이지 무비는 기존 공연 기록·보존의 역할과 속도감을 살린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무대가 익숙한 배우 김명곤 역시 ‘늙은 부부이야기: 스테이지 무비’에 대해 “제 연기를 영상으로 본 것은 굉장히 좋은 경험이다. 공연 실황 영상보다 영화적으로 더 밀도가 있고, 속도가 있어서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도 자체만으로도 공연 역시에서 매우 중요하고 새로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장이라는 한정적인 공간 제약을 떠나 극장이라는 손쉽고 접근성 높은 공간,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공급자적인 입장에서 보면 실제 현장 공연을 그대로 촬영하기엔 여러 제약사항이 있고 별도의 촬영 과정을 거쳐서 콘텐츠를 만들기엔 비용과 기술적인 과정을 고려해볼 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연의 영상화 사업과 마찬가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상화 사업, 특히 스크린으로 옮기기엔 훨씬 많은 비용과 기술적인 과정들이 필요하다”면서 “공연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영상화를 통해 보다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접하고 나중에는 파이를 키우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술의전당은 이번 ‘늙은 부부이야기’를 시작으로 9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될 창작 오페라 ‘춘향 2020’을 스테이지 무비로 만들 계획이다. 첫 시도에 의미를 두고 있는 만큼, 향후 고민들이 더해져 이전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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