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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산된 박용택 은퇴 투어, 이제 누가 하나


입력 2020.08.11 14:31 수정 2020.08.11 14:3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일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선수 본인이 고사

엄격한 기준 적용한다면 이대호만 통과 가능

은퇴 행사가 아쉽게 무산된 박용택. ⓒ 뉴시스 은퇴 행사가 아쉽게 무산된 박용택. ⓒ 뉴시스

LG 트윈스의 레전드 박용택(41)의 은퇴 투어가 결국 무산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박용택은 10일 KBS와의 인터뷰서 "은퇴 투어를 준비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보다 팀 성적이 중요할 때다. 팀을 위해 야구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은퇴 투어를 놓고 많은 생각을 했고 팬들의 의견을 존중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은퇴 투어를 반대한 팬들의 생각도 존중한다"라고 덧붙였다.


2002년 LG에 입단한 박용택은 지난 19년간 오로지 트윈스 유니폼만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면서 통산 타율 0.308(역대 23위) 211홈런(23위) 1179타점(7위) 312도루(11위)의 출중한 기록을 남겼고, 박재홍(300홈런-267도루)과 함께 KBO리그에서 200-200 클럽에 가입한 단 둘 뿐인 선수다.


통산 최다 안타도 빼놓을 수 없다. 한결같았던 박용택은 무려 2478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있다. 또한 선수 시절 내내 훌륭한 팬 서비스는 물론 이렇다 할 사생활 구설수도 없어 성대한 은퇴 투어 행사의 주인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박용택의 은퇴 투어 행사는 본인이 언급한 대로 이를 반대하는 여론의 목소리에 부딪히고 말았다.


반대 여론이 내세우는 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양준혁, 이종범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전설들도 은퇴 투어를 하지 못했고, 박용택의 한국시리즈 무관과 국가대표에서의 미미한 성과, 그리고 2009년 타격왕 경쟁의 논란 등이다.


야구 은퇴 투어의 시점은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부터 비롯됐다. 당시 은퇴를 선언한 치퍼 존스가 원정 경기를 돌며 성대한 은퇴 축하를 받았고, 이후 마리아노 리베라(2013년), 데릭 지터(2014년), 데이빗 오티즈(2016년) 등 총 4명의 선수가 영광의 순간을 맛봤다.


이에 KBO리그에서도 2017년에 와서야 첫 행사를 치렀는데 첫 번째 주인공은 그해 현역 유니폼을 벗은 삼성 이승엽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은퇴한 NC 이호준은 구단들이 마련한 소규모 행사로 진행됐다. 양준혁과 이종범 등의 레전드는 이 행사가 마련되기 이전에 은퇴한 이들이다.


2009년 타격왕 경쟁에 대해서는 박용택 본인이 이미 사과를 한 부분이다. 그는 2013년 골든글러브 수상 당시 “페어플레이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어리석은 일이었다”라고 회상하며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KBO리그 역대 WAR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KBO리그 역대 WAR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박용택의 은퇴 투어가 무산됨에 따라 향후 행사 개최 여부에 대한 논쟁 역시 자연스레 재점화될 전망이다. 박용택에게 적용됐던 여러 기준점들의 벽이 너무도 높기 때문이다.


몇 년 안에 은퇴를 하게 될 김태균, 정근우, 최형우가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선수들인데다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스타플레이어들이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무관, 통산 기록 타이틀 여부, 국가대표에서의 미미한 활약 등 각각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이들도 팬들의 눈높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은퇴 투어는 말 그대로 KBO와 각 구단들이 마련하는 ‘고별 행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명예의 전당처럼 입성 기준을 마련하고 명예를 부여하는 일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여론이 만들어낸 엄격한 기준점을 적용한다면 현역 선수 중 은퇴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이는 사실상 이대호 1명 정도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훈훈한 감동과 축제 행사가 마련될 수 있었던 기회가 무산된 부분이 아쉽게 다가오는 이유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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