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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비난 삼간 북한, '월북 탈북민' 송환할까


입력 2020.07.28 04:00 수정 2020.07.27 23:2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 월북 탈북민 계기로 방역 고삐 죄면서도

대남 메시지는 하나도 내놓지 않아

내부결속 효과 거둔 뒤 南에 송환할 가능성

지난 2014년 9월 11일 오전, 정부가 판문점에서 월북했던 김모(52)씨를 북한으로부터 인계받는 모습(자료사진). ⓒ통일부 제공 지난 2014년 9월 11일 오전, 정부가 판문점에서 월북했던 김모(52)씨를 북한으로부터 인계받는 모습(자료사진). ⓒ통일부 제공

북한이 남한 거주 탈북민의 월북 사건을 계기로 코로나19 관련 방역 강화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월북 탈북민'을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하면서도 대남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당중앙의 지시와 포치(조치)를 정확히 집행하여 조성된 방역 위기를 타개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며칠 전 전문방역기관에서 불법 귀향자에 대한 여러 차례의 해당한 검사를 진행한 데 의하면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자로 의진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유행 전염병에 대하여서는 항상 의심부터 하고 가능한껏 1%라도 안전율을 더 높이며 뒤따라가는 식이 아니라 앞질러 가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안일한 인식에 포로되어 만성적으로 대하는 온갖 해이된 현상들을 단호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역시 해당 월북자의 고향으로 알려진 개성시 비상방역지휘부가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따라 어떤 정황에도 신속 정확히 대응할 수 있는 만단의 방역학적 태세를 유지하며 최대의 긴장상태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탈북민 월북 사건을 계기로 방역 고삐를 죄는 모양새지만, 남측에 대한 메시지는 전무한 상황이다.


북한은 전날에도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월북 탈북민이 발생했다고 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했다고만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갈무리
월북 탈북민, 코로나 감염 가능성 희박
北, 실제 감염 여부와 무관하게 '자의적 해석' 가능성


전문가들은 북한이 탈북민 월북 사건을 '자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지도부가 해당 월북자의 실제 감염 여부과 별개로 이번 사건을 '남한으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 사건'으로 규정해 내부 결속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 주민들이 방역 정책 일환으로 시행 중인 이동 제한 조치 등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탈북민 월북 사건을 대대적으로 알려 방역 정책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KBS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월북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일주일 정도가 지난 뒤 코로나19 환자를 우리가 고쳤다. 우리 방역체제가 (한국보다) 훨씬 더 좋다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지도부가 "남한에서 돌아온 탈북자가 균을 가지고 와서 퍼뜨렸다고 함으로써 자기들 방역체제는 나름대로 잘했는데 한국 때문에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 지도부에 제기될 수 있는 바이러스 확산 책임론을 한국에 떠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 보건 당국에 따르면, 해당 월북자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월북 탈북민이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전산시스템에 확진자로 등록돼있지 않다"며 "접촉자로 관리되는 명부에도 등록돼있지 않다. 코로나19 의심자인지에 대한 부분도 우리 자료로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해당 월북자의 밀접 접촉자 2명에 대해서도 진단검사를 실시했지만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北, 월북 탈북민을 韓 비난 선전도구로 활용해와
다만 범죄 저지른 월북자는 남측에 송환하기도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결속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이후 해당 월북자를 남측에 송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 북한은 한국 체제를 비난하는 선전 도구로 월북 탈북민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해당 월북자의 경우 남측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회피성 월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활용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월북한 탈북민들을 "최근에 많이 돌려보냈다"며 북한이 "탈북자 출신 환자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 (병을) 고쳤다. 우리 공화국은 이렇게 방역체제가 튼튼하다는 식으로 나오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013년 이후 총 7차례에 걸쳐 한국 국민 13명을 남측에 송환한 바 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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