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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사라진 공익 예능①] 감동·눈물…사회 뒤흔든 ‘양심냉장고’


입력 2020.07.17 06:19 수정 2020.07.17 14:40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인기

트렌드 따라 착한 기부 예능으로 변화

'황금어장' 김영희 PD 방송분 캡처 '황금어장' 김영희 PD 방송분 캡처

"이경규가 간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인기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와 '느낌표' 속 구호다. 진행자가 외치면 시청자도 덩달아 흥이 나 외칠 만큼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경규가 간다'와 '칭찬합시다' 등은 1990년대 후반 공익 예능의 새 장을 열며 국민적인 예능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웃음을 주는 예능에서 나아가 공익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양심냉장고'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이경규가 간다'는 기본적인 법과 양심을 지키는 이웃들의 모습을 담았다. 첫 회에선 경차를 운전하던 장애인 부부가 주인공이었는데, 이경규가 왜 정지선을 지켰느냐고 묻자 이들 부부는 "늘 지킨다"는 말해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줬다. 캠페인 성격을 띠며 시청률, 화제성, 메시지를 모두 잡은 '양심냉장고'는 2%대에 그쳤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 시청률을 40∼50%대로 끌어올렸다.


'쌀집아저씨'로 유명한 김영희 PD는 2009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출연해 "'양심냉장고'는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한 프로젝트였다"며 "시청률이 안 나와도 시청자는 즐거워하리란 확신이 들어 방송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2006년 방송한 '느낌표'의 대표 코너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도 빼놓을 수 없다. 독서 문화를 권장하는 캠페인으로 전 국민적인 독서 열풍을 일으켰다. 프로그램을 통해 양질의 책이 소개됐고, 다양한 사연을 지닌 출연자들이 나와 감동을 줬다.


'심장이 뛴다' 홈페이지 캡처 '심장이 뛴다' 홈페이지 캡처

공익 예능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황금기를 누렸다. 하지만 방송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인기는 시들해졌고, 폐지되는 수순을 겪었다. 그래도 공익적인 콘셉트를 내세운 예능은 간간이 만들어졌다. 소방대원들을 조명한 SBS '심장이 뛴다'(2013)를 비롯해 전통시장 여행을 다룬 JTBC '천하장사'(2016), 신개념 공익 버라이어티 tvN '수상한 동창회 투게더'(2013), 휴먼 다큐멘터리 '리틀빅 히어로'(2012~2020) 등 2010대 들어서 생겨난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후 트렌드가 점점 '리얼 버라이어티' 와 '힐링'으로 변하면서 공익 예능 프로그램은 하락세를 겪었다. 공익 예능을 대신한 건 '기부'형 예능이다. tvN '커피프렌즈'(2019)를 비롯해 MBN '기부 앤 테이크: 사세요'(2018-2019),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2019-2020)를 재미와 기부의 가치를 적절히 버무려 호응을 얻었다. 최근엔 ‘공익적인 메시지’라는 타이틀을 전면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재미와 공익적인 성격을 띠는 착한 예능이 생겨나는 추세다.


지난해 방송한 MBC '같이 펀딩'은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혼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의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시청자들과 '같이' 실현해보는 콘셉트로 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소재로 해 유준상의 태극기함, 노홍철의 소모임 프로젝트, 유인나의 오디오북을 주제로 방송을 진행했는데, 연예인 각자가 시청자들과 가치를 함께 실현해나가는 프로그램인 만큼 공익적인 의미가 강조됐다. 특히 유준상의 태극기함 프로젝트로 큰 화제성을 얻었다.


펀딩 결과 유준상의 태극기함은 21억 3000만원을 달성, 독립 유공자 후손을 돕는 데 돌아갔다. 청각장애 아동 인공달팽이관 수술 후원을 위한 유인나, 강하늘의 오디오북 프로젝트는 2억 3400만원, 태풍 피해를 본 농가를 위한 사과 펀딩은 9983만원, 환경 단체에 기부될 바다 같이 프로젝트는 1억 640만원, 노홍철 소모임 펀딩은 62만원을 모았다. 총 25억 7085만원이다. ‘같이 펀딩’은 시청률은 3~4%대였지만 의미 있는 '착한 예능'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같이 펀딩'ⓒMBC '같이 펀딩'ⓒMBC

지난 4월 종영한 tvN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도 공익적 성격을 띠며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완독하지 못한 스테디셀러 책들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은 2~3%대였지만 애청자들의 호평은 끊이지 않았다. 책을 읽기 힘든 시대에 다양한 장르와 작가들의 책을 소개하고 강독해줬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쉽게 풀어줬다. 프로그램에서 다룬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칼 세이건 '코스모스', 알베르 까뮈 '페스트' 등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 중에선 MBC '선을 넘는 녀석들', tvN '유 퀴즈 온더 블럭', SBS '만남의 광장' 등이 착한 예능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탓에 실내로 무대로 옮긴 '유 퀴즈 온더 블럭'은 이번 시즌3에서 시국에 맞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후 스승의 날, 의사, CEO, 형사 등 매회 주제를 정하고 인물들을 초대해 의미 있는 코너를 꾸리고 있다.


백종원이 나오는 SBS '만남의 광장'은 농가를 살리기 위해 농산물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역사를 다루는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은 2018년 첫 방송돼 지난해 한반도 편에 이어 올해 리턴즈까지 국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숨겨진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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