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의 제68회 후보 선정을 위한 1차 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케이팝(K-POP)이 역대 가장 강력한 라인업으로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로제의 ‘아파트’(APT.)와 장기 흥행에 성공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이 ‘제너럴 필즈’를 비롯한 주요 부문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케이팝이 과연 높은 ‘그래미의 벽’을 넘어 최초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음악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최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이달 3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후보 제출작을 대상으로 1차 투표를 진행 중이다. ‘아파트’와 ‘골든’은 ‘제너럴 필즈’인 ‘레코드 오브 더 이어’와 ‘송 오브 더 이어’에 도전장을 냈고, 이들 노래가 실린 앨범 ‘로지’(rosie)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는 ‘앨범 오브 더 이어’에 출품됐다.
로제는 이 밖에도 ‘아파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뮤직비디오’, ’톡식 틸 디 엔드’(toxic till the end)로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1집 ‘로지’로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등에도 등록했다. ‘케데헌’ OST는 ‘골든’으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리믹스드 레코딩’ ‘베스트 뮤직비디오’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OST 앨범으로 ‘베스트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 포 비주얼 미디어’에 출품했다.
전문가들은 후보 지명 뿐만 아니라 케이팝 장르 사상 최초로 그라모폰(그래미 트로피)에도 희망을 보고 있다. 두 곡이 팬덤의 강력한 지지를 넘어선 대중적 파급력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협업한 ‘아파트’다. 이 곡은 한국의 놀이 문화를 샘플링한 독특한 사운드와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글로벌 챌린지 신드롬’을 일으키며 빌보드 ‘핫 100’ 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앞서 로제가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쌓아 올린 인지도와 ‘아파트’가 보여준 문화적 현상은 보수적인 그래미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강력한 카드로 평가된다.
‘케데헌’의 OST ‘골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작품의 인기와 더불어 곡 자체가 가진 높은 음악적 완성도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모두 장기간 1위를 석권했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팬덤을 넘어 폭넓은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좋은 음악’으로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물론 그래미의 벽은 여전히 높다. 케이팝의 그래미 도전사는 좌절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안타깝게도 최종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는 케이팝의 세계적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비영어권 음악과 특정 장르에 대한 그래미의 보수적인 성향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올해는 ‘아파트’와 ‘골든’ 외에도 수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그래미에 출사표를 던지며 그야말로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방탄소년단은 완전체 활동이 멈춘 기간 동안 진, RM, 제이홉 등이 각각 솔로 활동을 통해 선보인 앨범으로 도전장을 내밀었고, 블랙핑크는 완전체 곡인 ‘뛰어’와 솔로 활동을 통해 선보인 작품을 동시에 내놓으며 그래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밖에도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캣츠아이, 트와이스, 에스파 등이 각각 주요 부문에 도전장을 던졌다.
또 신인상에 해당하는 ‘베스트 뉴 아티스트’에는 에스파, 캣츠아이, 에이티즈 등이 경쟁에 뛰어들었고, 앞서 방탄소년단이 최종 후보로 오른 적이 있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는 아이브, 르세라핌, 에이티즈, 라이즈 등 차세대 주자들이 도전장을 내미는 등 장르와 제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여전히 그래미의 벽은 높고, 수상을 예측하긴 힘들지만 이번만큼은 수상을 점쳐볼 수 있을 만큼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특히 특정 아티스트에 국한되지 않은 케이팝의 광범위한 도전 자체만으로도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위상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1차 투표를 통과한 부문별 최종 후보는 내달 7일 발표되며, 이후 12월 12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최종 투표가 진행된다. 제68회 ‘그래미 어워즈’는 내년 2월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