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3 오른 현대차그룹, 혁신의 속도 달라졌다 [정의선호 5년 ①]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0.14 12:35  수정 2025.10.14 12:35

글로벌 완성차 5위에서 3위로…현대차그룹 체질 근본적 변화

고객 중심·끊임없는 혁신 철학으로 위기 돌파…수익성 세계 2위권

전동화·수소·로보틱스 등 미래 투자 가속…제조업서 모빌리티 리더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5주년을 맞았다. 2020년 10월 회장직에 오른 그는 불과 5년 만에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완성차 시장 ‘톱3’로 끌어올렸고 매출·이익·브랜드·조직문화 전반을 혁신하며 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인 자동차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완성차 판매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2022년 토요타·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르고 현재까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은 2019년 163조8924억원에서 지난해 282조68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조6152억원에서 26조9067억원으로 380% 급증했다. 팬데믹, 반도체 공급난, 글로벌 관세 압박 등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3조86억원으로 토요타에 이어 글로벌 2위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도 경쟁업체보다 2배 이상 상회하는 8.7%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기아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A를 획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어떤 시험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현대차그룹의 DNA"

이런 성과는 정 회장이 위기 속에서도 ‘고객 중심 경영’ 철학 아래 ‘끊임없는 혁신’을 실천하며 대응력을 높인 결과다.


그는 소비자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품질·안전·서비스 전반의 개선을 직접 지휘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위기 시기에는 현장 중심 의사결정을 통해 반도체 구매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했고 생산 정상화를 경쟁사보다 앞당기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월 6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 현대자동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동시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확산시키며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정 회장은 올해 새해 메세지를 통해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그 어떤 외부의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정장에서 청바지로’로 상징되는 수평적 소통 문화를 확산시켜 자율 중심의 업무 환경이 자리 잡게 했다. 임직원의 창의성과 실행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 대기업 특유의 경직된 구조에서 벗어났다. 내부 만족도는 2019년 63.2점에서 2024년 78.6점으로 상승했고 자발적 이직률은 0.3%대 수준으로 낮아졌다.


브랜드 혁신 역시 정 회장의 핵심 과제였다. 정 회장이 브랜드 출범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독립시켜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SUV와 고부가가치 모델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해 수익 구조를 개선했다. 제네시스는 2019년 7만7000여대에서 지난해 22만9000여대로 판매가 3배 이상 증가했고 브랜드 가치는 230억 달러로 5년 전보다 63% 상승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 캡처

정 회장의 시선은 미래로 향하고 있다. 전동화, 수소,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보틱스, 자율주행, AAM 등 미래 기술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전동화 전환을 단순한 ‘차세대 파워트레인 변화’가 아닌 그룹 전체의 산업 구조 재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 등 다층적 라인업을 구축하며 배터리·반도체·소프트웨어까지 핵심 기술 내재화에 주력하고 있다.


2021년 인수한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보틱스 생태계 조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공장을 설립 중이며 향후 물류·서비스·웨어러블로봇까지 적용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AAM(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 역시 독립 법인 ‘슈퍼널(Supernal)’을 중심으로 미국 FAA(연방항공청)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수소 밸류체인 구축은 정 회장의 ‘미래 에너지 전략’ 핵심 축이다. 현대차그룹은 생산–저장–활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수소 생태계를 추진하며, 각 그룹사의 수소사업 역량을 수평적으로 연결해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반, 활용 등 생태계를 아우르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투자와 고용 확대도 병행 중이다. 올해 국내에만 24조3000억원, 미국에는 26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 7200명에 이어 2026년까지 1만명 신규 채용을 추진하며 글로벌 성과를 국내 성장과 일자리 확대로 연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싱가포르 타운홀미팅에서 “우리의 여정은 지금까지도 훌륭했다. 하지만 진정한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또 다른 도전의 역사를 펼칠 그룹의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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