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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거부한 북한…문 대통령 '중재자' 입지 축소?


입력 2020.07.10 13:48 수정 2020.07.10 14:21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北, 美에 적대시철회 제안…南 끼어들기 불쾌감 표출

文 향해서도 "참견 그만하라" 비판…청와대는 입장 無

청와대 전경. ⓒ데일리안 청와대 전경. ⓒ데일리안

청와대가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미(對美) 담화라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대화 중재자론'을 폄하하면서, 북미 관계에서의 문 대통령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제1부부장은 10일 담화에서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북미) 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연내 북미정상회담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김 제1부부장이 북미 협상의 기본 주제를 '적대시철회 대 북미협상재개'의 틀로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몸값 높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중재자'를 자처한 한국을 건너뛰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의지가 재차 강조됐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론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남북협력 복원은 물론 미국 대선 전 북미 대화 추진 필요성을 언급, '10월 북미정상회담'의 운을 띄웠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은 이미 미국 측에 전달됐고, 미국 측도 공감하고 있고 현재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담화를 통해 "말귀가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제 좋은 소리를 하는데만 습관되여서인지 지금도 남쪽 동네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 소리들이 계속 울려 나오고 있다"며 "이제는 삐치개질(참견질) 좀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그 버릇 떼기에는 약과 처방이 없는 듯하다"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론은 북미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고 나올 수 있는 '깜짝 카드'를 내놓지 않으면 북미관계에서 문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관련해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통일부의 10일 입장으로 갈음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김 제1부부장 담화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대한 메시지이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사안은 없다"면서도 "정부로서는 계속 북미대화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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