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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협상 '입구' 제시하며 '행동 대 행동' 원칙 재확인

  • [데일리안] 입력 2020.07.10 11:50
  • 수정 2020.07.10 11:51
  •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한반도 비핵화 위해선 불가역적 중대조치 취해져야"

'포스트 트럼프' 대비하는 듯한 뉘앙스도

"北, 대화재개 여부 美에 달렸다며 '공' 넘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2인자'로 평가되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북미 대화재개의 '입구'로 미국의 '적대시 철회'를 요구하며, 협상의 '새로운 틀'을 제안하고 나섰다.


다만 북한 행동과 미국의 불가역적 중대조치 '병행'을 강조해 제재완화와 비핵화를 맞바꾸는 '빅딜'보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대한 메시지"라며 "저희가 특별히 언급해드릴 만한 사안이나 입장을 낼 것은 없다. 다만 정부는 북미대화가 계속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이날 오전 발표한 담화에서 지난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제재해제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 의제에서 완전히 던져버렸다"며 "나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북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 이행 의지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타방의 많은 변화'가 "제재해제를 염두한 것이 아님은 분명히 찍고 넘어가자고 한다"고 부연했다.


김 부부장은 북미 정상의 친분 관계가 양국 관계와 별개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리 위원장 동지의 개인적 감정은 의심할 바 없이 굳건하고 훌륭하다"면서도 "우리 정부는 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여하에 따라 대미전술과 우리의 핵 계획을 조정하면 안 된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정권, 나아가 미국전체를 대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이 불확실한 상황을 감안해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이 올해 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 인종차별 시위 등 여러 악재로 트럼프 대통령 재선이 불투명해진 만큼, '불가역적 중대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미국의 치적 쌓기용 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다만 그는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른다"며 여지를 남겼다.


비건이 카운터 파트 임명하라며 北에 넘긴 '공'
김여정이 '적대시 철회' 요구하며 美에 다시 넘겨


전문가들은 북한이 또다시 대화재개의 '공'을 미국에 넘겼다고 평가했다. 앞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북미대화 재개 필요성을 언급하며 북한의 협상 카운터파트(파트너) 임명을 요구하고 나서자 북한이 '적대시 철회' 등의 새로운 협상 문턱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비건 부장관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아닌 책임‧권한이 있는 카운터파트를 지정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선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맞받아친 상황"이라며 "협상 틀도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에서 '적대시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적대시 철회'가 △한미연합훈련 중지 △종전선언 △평화협정 논의 △주한미군 주둔 문제 등의 이슈를 포괄하고 있다며 "북미대화 재개 협상의 문턱을 높혀 미국에게 받은 공을 되돌려주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미협상의 주제를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에서 '적대시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로 바꾸겠다는 것은 미국의 선제적 조치를 다시금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미국이 이른바 '발전권'과 '생존권'을 먼저 보장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표명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선 여부가 불투명해 '트럼프 이후 미국정권'을 생각하면 회담이 무의미하지만,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있다면 북한에 유익하다는 메시지를 (북한이) 발신했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이면서도 사실상 회담을 원하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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