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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의 메시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지 말기를


입력 2020.07.09 09:00 수정 2020.07.09 08:15        데스크 (desk@dailian.co.kr)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도 현실은 달라

미국 메시지는 미북정상회담 아니라 북핵실무회담 나서라는 것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청사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청사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7월 1일 우리 대통령은 미북정상회담을 다시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6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새로운 북핵 협상안을 마련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국방담당국장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한국담당국장으로 명함을 바꾸고 전문가 행세를 하는 미국익연구소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라는 사람은 백악관과 의회에서도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권정근 미국국장은 미국 사람들과는 만나지 않겠다며 우리 정부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븐 비건(Stephen Biegun) 미국무부 부장관이 코로나19를 뚫고 한국에 왔다.


장면 #1 : 트럼프 대통령, 도움이 되면 만날 것이다?


현지 시간 7일 오후 7시(한국시간 8일 오전 8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레이TV에 출연해, “그들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우리도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레타 반 서스테렌 앵커는 김정은 위원장과 또 한 번 정상회담을 할 것이냐고 확인 질문을 하자, “만약 그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만날 수 있다”고 대답한다. 이런 만남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 하냐고 앵커가 묻자, 그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동문서답을 한다.


장면 #2 : 비건 부장관과 평화교섭본부장의 짧은 만남


8일(수) 오전 9시부터 스티븐 비건은 강경화 장관(30분), 조세영 1차관(90분), 그리고 이도훈 평화교섭본부장(40분)과 차례로 회담을 했다. 그리고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3분정도 원고 없이 짧게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서 스티븐 비건은 북한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며, 동맹국인 한국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선희 제1부상과 존 볼턴 전 NSC보좌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두 사람이 과거의 방식에 갇혀있고, 불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 것이다(이 부분은 대사관 보도자료에만 포함되어 있다).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도 현실은 달라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해석할까? 늘 그랬듯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이라는 대전제는 생략하고 ‘만날 수 있다’를 부각시키며 3차 미북정상회담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지 않을까? 그리고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스티븐 비건의 말을 강조할 듯하다. 그런데 북한 김여정이 그렇게 못마땅하게 여겼던 워킹그룹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는 두 사람 모두 노코멘트 한 것으로 봐서, 대북지원에 첫 장애물도 넘지 못했던 듯하다.


미국의 메시지는 미북정상회담이 아니라 북핵실무회담에 나서라는 것


그간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입장을 종합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비건의 말은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로드맵이 그려지면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도움이 되면’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즉 정상회담 보다 실무회담이 먼저라는 말이다.


둘째, 스티븐 비건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와 북핵 제거에 관해 협상할 권한을 가진 상대가 나서면 언제든지 대화할 것이다. 그러나 최선희는 자신의 협상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즉 최선희가 아닌, 협상 권한을 가진 다른 인물을 내세우라고 북한에게 요구한 것이다.


셋째,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흔들림 없이 함께 가야한다는 말을 ‘동맹국인 한국을 만나러 왔다’고 표현한 것이다.


아전인수 격으로 미국의 입장을 해석하는 것은 북한 비핵화 전략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남북대화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이는 디딤돌 위에 비누를 놓는 격이 될 수 있다. 미끄러지면 한 사람만 다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다친다. 그래서 냉정한 현실 인식을 촉구하는 것이다.


ⓒ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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