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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의 '10월 서프라이즈' 현실성은?


입력 2020.07.05 00:10 수정 2020.07.05 05:52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 최선희, '새판짜기' 언급하며 북미회담 선 그어

앞서 美서 '대선 전 북미회담' 가능성 제기돼

"北, 美 입장변화 없다면 호응 안할 것"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회담 수용 가능성 낮아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코로나19 확산과 인종차별 시위 등으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카드'로 반전을 꾀하려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막판 북미 정상회담 등의 대형 이벤트를 통해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지만, 협상 당사자인 북한이 '새판 짜기'를 언급하며 선을 긋고 나서 실제 성사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4일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며 "조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정상회담설)이 여론화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미 이룩된 정상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느냐"며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에서 '10월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된 상황에서 북한이 기존 협상안을 고수하는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10월 서프라이즈'란 11월에 치러지는 미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 표심과 판세에 영향을 주려고 기획된 대형 반전 이벤트를 일컫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자료사진).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자료사진). ⓒ연합뉴스
"11월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 대북제재 완화할 수도"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건 회고록 발간으로 미국 조야를 뒤흔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각) 뉴욕 외신기자협회 회견에서 "미국에는 '10월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라는 말이 있다"며 "대통령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느낀다면 그의 친구 김정은과 또 다른 회담이 상황을 뒤집어 놓을 어떤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역시 같은 날 한반도 정세 관련 화상 간담회에서 영변 핵시설과 일부 재제 완화를 맞바꾸는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논의과정에서 일부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한 대목이 등장한다며 "10월 서프라이즈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근거)"라고 주장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도 같은 간담회에서 "7천 마일이나 떨어진 북한을 왜 제재해야 하느냐"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을 바탕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핵포기 공식선언' 수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 움직이기 어려워"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전격적인 제재완화 조치 없이 북미 정상회담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미국에 '셈법을 바꾸라'고 거듭 요구해온 상황에서 최선희 부상 담화를 통해 '새판 짜기'까지 언급함에 따라 제재 완화라는 '협상 마지노선'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견인할 수 있는 담대한 비핵화 협상 방안, 즉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북미 정상회담이든 비핵화 실무협상이든 재개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현재 북미가 마주 앉을 만한 여건 조성이 안 된 상태"라며 "향후 북미 대화가 복원되더라도 김 위원장은 거래호가를 높이기 위해 거부 의사를 반복적으로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선을 4개월여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북한 카드에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실제 행동에 나서기엔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통화에서 "볼턴 회고록 내용이 맞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꾀'를 낼 수는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석좌교수는 "대선 국면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통해 유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어야 회담이 추진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서프라이즈' 정도의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볼턴 회고록'에 적잖은 타격을 받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이벤트'로 여겼다는 회고록 내용에 반박하기 위해 북한과 접촉면을 넓힐 수 있지만, 북한과의 '나쁜 합의'가 재선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섣불리 움직이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미 대선에서 북한 비핵화는 '상품'이 안 된다"며 "미국 국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로 인식하고 있다. 웬만한 합의 수준으론 미국 국민들이 북한 비핵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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