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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떠넘긴 '판매사 원죄론'…"이제 금융사만 책임지나"


입력 2020.07.03 06:00 수정 2020.07.02 21:57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금감원 '라임 전액 보상' 결정에 보이스피싱 피해도 '금융사 배상'

여당도 '책임 확대' 법안 줄줄이 예고…"금융사가 동네북" 불만도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빠졌다는 지적 나온다.(자료사진) ⓒ데일리안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빠졌다는 지적 나온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최근 잇따른 '금융사태 책임론'의 중심에 섰다. 잇따른 금융사태에 금융사들도 실적경쟁에 급급해 '불량상품'을 판매한 원죄가 있다는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렇더라도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이나 시스템의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를 건너뛰고, 상대적으로 책임을 묻기 쉬운 금융사에 떠넘기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중추기관인 금융사가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얘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펀드 판매사에 대해 전례 없는 원금 전액 배상안을 내놓은 것은 라임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금융사에 물은 것으로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선 라임을 시작으로 알펜루트,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문제가 된 다른 펀드사태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권 기류를 보면, 크고 작은 금융사고에 따른 '금융사 책임론'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피해 금액을 물어주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유출 예방과 그에 따른 보이스피싱 범죄 총책에 대한 검거‧처벌 강화라는 근본책이 아닌 금융사에 책임을 묻는 사후적 대책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금융당국은 관련 정책을 밀어붙였다. 금융사 입장에선 정상적인 시스템 내에서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피해 금액을 전부 물어줘야 한다.


더욱이 정치권에선 여당을 중심으로 소비자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금융사에 책임을 지우는 법안이 줄줄이 올라와있다. 소비자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보험회사는 행정제재를 받게 되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기준에 대한 관리 책임을 CEO에게 물게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회사에 더 무거운 책임을 물리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제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과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및 집단소송제 법안의 논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금융소비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인정받은 경우,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판결의 효력을 적용시키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피해자가 입은 실제 손해 외에 징벌적 의미의 금액을 추가 배상토록 하는 내용이다. 금융권에선 관련 제도가 시행될 경우 금융사들의 경영활동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작 금융당국은 '제2라임사태 예방책'을 추가로 내놓으며 책임론에서 비켜가기 위한 행보를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라임자산운용과 같이 모펀드와 자펀드 등으로 복잡하게 순환투자된 펀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감원이 라임 분쟁조정 결과를 내놓은 날짜에 맞춰 관련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등 금융사의 잘못에 대해선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하지만, 한 가지 금융사고에 복합적 원인이 있는데 포괄적으로 금융사가 책임을 떠안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이런 사고가 터질때마다 금융사가 동네북이 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일 힘이 없는 금융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최근 당국의 기류나 정치권 분위기를 보면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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