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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두 달③] ‘윈터이즈커밍’ 시작된 해외 '묻지마 개막'·'묻지마 재개'


입력 2020.07.01 15:29 수정 2020.07.01 15:3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코로나19 추이 지켜볼 수만 없는 현실..MLB-EPL 등 닻 올려

이대로 끝내면 팀과 리그 존폐 위기에 몰릴 것 우려해 강행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 ⓒ 뉴시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 ⓒ 뉴시스

한국과 대만의 프로리그 개막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개막이 어디냐”며 부러워했던 해외에서도 리그의 재개와 뒤늦은 개막 일정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3월 중단됐던 유럽 프로축구리그도 재개했다. 손흥민(28)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해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은 6월 중순 리그를 재개했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처럼 방역을 위해 무관중 체제로 치른다. 무관중에 따른 적막을 깨기 위해 중계방송사와 게임개발사 EA스포츠(FIFA시리즈)를 동원해 응원가와 함성부터 심판 판정에 따라 야유를 퍼붓는 음향 효과까지 가미해 중계한다.


미국 종합격투기 UFC는 코로나19를 피해 7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인공섬인 야스섬(Yas Island)에서 ‘UFC 251’을 개최한다. 무관중 경기로 인한 입장 수입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넘치는 수익을 가져다주는 PPV(유료결제시청)를 노리고 내린 결정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미국 프로농구(NBA)도 7월중 개막과 재개를 강행한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른바 ‘묻지마 개막’과 ‘묻지마 재개’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수익 때문이다. 관중 입장,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하면서 많은 팀들이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즌을 아예 취소하면 각 구단은 각종 수익 지표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의 그래프를 받아들게 된다.


리그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 리그 중단이나 종료에 따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지난달 리처드 마스터스 EPL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시즌이 취소될 경우, 손해액은 최소 10억 파운드(약 1조5113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PL 토트넘 손흥민. ⓒ 뉴시스 EPL 토트넘 손흥민. ⓒ 뉴시스

단순히 수익 악화를 넘어 팀 또는 리그의 존폐 위기 앞에서 ‘묻지마 재개’와 ‘묻지마 개막’은 계속되고 있다. 도래하고 있는 더 큰 위기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윈터이즈커밍(Winter is coming)을 의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 무리수를 던진다. 심지어 선수단 감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추신수-류현진 등이 뛰고 있는 MLB에서는 지난 일주일 사이 선수와 관계자 등 40여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류현진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한국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MLB 사무국은 60경기 체제로 시즌 개막을 확정했다. 각 팀 훈련장에서 거리를 두고 훈련해도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캠프가 재개되면 3~4배 많은 인원이 모인다. 감염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시즌을 개막하면 코로나19가 더 크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묻어둔 지 오래다. KBO리그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리그 강행이다.


NBA 사무국도 지난달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재개하는 2019-20시즌 잔여 경기 일정을 발표했다. 재개 첫 날인 7월 31일에는 유타 재즈-뉴올리언스 펠리컨스, LA 클리퍼스-LA 레이커스가 펼쳐진다. MLB와 마찬가지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결정한 재개다.


NBA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NBA 선수 30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중 1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재개와 개막을 공식발표하는 날 함께 나온 확진자 발생 결과에도 강행한다. 이대로 시즌을 끝낸다면 더 큰 위기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강행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받은 노박 조코비치(왼쪽). ⓒ 뉴시스 대회 강행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받은 노박 조코비치(왼쪽). ⓒ 뉴시스

무관중 체제지만 선수단 감염은 자칫 리그 전체를 망칠 수 있다. ATP 투어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지난 3월 중순 중단된 가운데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가 기획한 아드리아 투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해 지탄의 대상이 됐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회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시즌 포기를 선언한 선수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감염 위험과 공포를 안고 뛴다. 연봉을 받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수들의 집단 감염은 리그와 지역사회는 물론 세계적인 팬데믹을 부채질 할 수 있다. 체감한 과학적 사실까지 묻어둔 채 오늘도 뛸 수밖에 없는 현실에 모두가 공포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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