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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0주년에 등장한 '한국 역할론'


입력 2020.06.26 00:05 수정 2020.06.26 00:5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美 국방부 차관보 "한미동맹, 국제적으로 진화돼야"

한미 국방장관, 6.25전쟁 70주년 공동발표문에서

中이 불편해할 수 있는 항행의 자유 등 언급

'한미일 안보협력' 문구도 포함돼

(오른쪽부터)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오른쪽부터)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 안보 수혜국에서 제공국으로 전환했다."


미국이 6.25전쟁 70주년에 '한국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대중국 압박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역내 역할 분담을 거듭 요구하고 나선 모양새다.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담당 차관보 대행은 24일(현지시각) 진행된 '한미 전략포럼 2020'에서 "오늘날 한국은 더 이상 70년 전 미군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나라, 피를 흘려야만 했던 나라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포럼은 한미 양국에서 각각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헬비 차관보 대행은 한미 동맹의 미래와 관련해 "한반도 방위와 대북 억지력에 초점을 두면서도 훨씬 더 국제적으로 진화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며 "한미 동맹이 역내에서 국제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 지원, 항행의 자유 등 다가올 안보 도전(future security challenges)에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 미국과 일본 간 양자협력 뿐 아니라 다자 간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헬비 차관보 대행이 언급한 △역내 한국 역할 확대 △다자 안보 협력 등의 내용은 한미 국방 당국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공동발표문에도 그대로 담겨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6.25전쟁 개전 시점인 25일 새벽 4시, 공동 명의로 내놓은 해당 발표문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그리고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 규칙과 규범 준수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한미 국방장관은 "한미동맹은 상호 신뢰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라는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다"며 "한미일 및 다자 안보협력을 통해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한미 역내 전략의 시너지 창출을 지속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역내 한국 역할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상황에서 한국이 일정 부분 호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규칙에 입각한 국제질서와 통행의 자유 부분은 상당히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이라며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미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한미 간에 물밑 조율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한미가 중국이 마뜩잖아 할 공동발표문을 낸 데에 최근 북한 정세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항공모함 등이 북한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정치적 판단을 내린 모양새"라고 밝혔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가 북한의 대남 공세 급선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한미 동맹이 상징하는 대북 억지력을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차원에서 미국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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