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시중은행 외화 투자 효율 '뚝'…코로나發 저금리 '새 고민'


입력 2020.06.02 06:00 수정 2020.06.01 17: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외화 운용 자산 140조 육박…올해만 10조 가까이 급증

수익률은 일제히 악화일로…실적 부진 가시화 국면 속 이중고

국내 4대 은행 외화 자금 운용 이자수익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외화 자금 운용 이자수익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운용하는 외화 자산 규모가 올해 들어 10조원 가량 불어나면서 140조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굴리는 외화는 눈에 띄게 늘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그 투자 효율은 오히려 뚝 떨어졌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실적 악화 국면에 들어간 은행들에게 이 같은 외화 자산운용 성적의 추락은 새로운 고민을 안기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들의 외화 운용 자금 평균 잔액은 139조3094억원으로 지난해(130조1615억원) 대비 7.0%(9조147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외화 운용 자금 평잔이 같은 기간 43조1528억원에서 45조1897억원으로 4.7%(2조369억원) 늘며 최대를 유지했다. 이어 신한은행 역시 30조9186억원에서 32조9832억원으로, 우리은행도 31조6155억원에서 32조6247억원으로 각각 6.7%(2조646억원)와 3.2%(1조92억원)씩 해당 금액이 증가하며 나란히 30조원 대를 나타냈다. 국민은행의 외화 운용 자금 평잔은 24조4746억원에서 28조5118억원으로 16.5%(4조382억원) 급증했다.


하지만 이렇게 커진 덩치와 달리 은행들의 외화 투자 수익성은 일제히 하강 곡선을 그렸다. 운용하는 돈을 많아졌지만 예전보다 수익성은 악화하면서 박리다매 경향이 짙어지는 흐름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올해 1분기 외화 자금 운용 이자수익률은 평균 2.23%로 지난해(2.72%)보다 0.49%포인트나 낮아졌다.


우선 하나은행의 외화 자금 운용 이자수익률이 같은 기간 2.47%에서 2.09%로 0.38%포인트 떨어지며 2%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신한은행 역시 2.84%에서 2.25%로, 우리은행도 2.80%에서 2.26%로 각각 0.59%와 0.54%씩 해당 수치가 하락했다. 국민은행의 외화 자금 운용 이자수익률은 2.78%에서 0.45% 떨어진 2.33%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속도를 더하고 있는 글로벌 금리 인하의 역풍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경기 침체 속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변수가 더해지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급속한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0.0~0.25%까지 내려 잡았다. 또 영국(0.1%)과 호주(0.25%), 캐나다(0.25%), 스웨덴(0%), 노르웨이(0.25%) 등에 이어 우리나라도 지난 달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0%까지 인하했다.


물론 이런 변화에 힘입어 은행들의 외화 조달 금리도 낮아지는 추세다. 예전보다 싼 값으로 외화를 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속도는 수익률 하락 폭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외화가 저렴해진 정도에 비해 관련 자산운용 효율이 더 떨어졌다는 얘기다. 낮아진 외화 값에도 은행들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올해 1분기 4대 은행들의 외화 조달 금리는 평균 1.38%로 지난해(1.72%)에 비해 0.34%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외화 자금 운용 수익률 하락폭을 0.15%포인트 밑도는 수치다.


당분간 이런 상황을 타개할 만한 마땅한 해법이 없을 것으로 점쳐지는 현실은 은행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드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하고 있는 탓에 주요 선진국들은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외화 투자 수익률도 개선이 어려울 전망이다.


가뜩이나 이런 안팎의 저금리로 인해 은행들의 실적은 올해 들어 악화 흐름에 접어든 모양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도 자산운용에 반전 카드를 찾기 힘들어지면서 은행들의 수익성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4대 은행들의 올해 1분기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69%로 전년 동기(9.18%) 대비 0.49%포인트 떨어졌다. ROE는 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수익을 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대표적인 경영 효율성 지표로 활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펜데믹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세계 금융시장의 저금리 기조는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외화 운용 성과 개선에 한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성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로 눈을 돌리던 은행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