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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되는 윤미향 사태 '회계부정 덮히고 정치쟁점 커지고'


입력 2020.05.28 00:10 수정 2020.05.28 05:13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배후 있다' 결론내고 껴맞추기 음모론 난무

도덕성·회계부정 등 초점 흐려지는 효과

두 사람의 감정적 앙금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민주당, '범죄'만 아니면 윤미향 지키겠다 입장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 등을 중심으로 이용수 할머니가 정작 읽지도 않은 기자회견문을 가지고 배후설 등 음모론을 이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 등을 중심으로 이용수 할머니가 정작 읽지도 않은 기자회견문을 가지고 배후설 등 음모론을 이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시작된 윤미향 민주당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의 도덕성 및 회계부정 의혹의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 이 할머니에 대한 무분별한 음모론이 난무하는가 하면, 본질과 다소 동떨어진 정치적 문제들이 부각되서다. 정작 당사자인 윤 당선자는 “입장을 준비 중”이라는 이유로 매스컴 노출을 피한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작은 ‘곽상도 기획설’이었다. 친여 인터넷 커뮤니티와 방송인들을 중심으로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 곽 의원이 있었고 배후라는 게시글이 급속도로 유포됐었다. 이는 윤 당선자와 민주당을 음해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곽 의원은 이 할머니 측과 면식도 연락도 하지 않았으며 현장에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곽 의원이라고 지목됐던 이는 민주당 소속 임대윤 전 대구시장 후보였다. 일각에서는 한 보수유튜버가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도왔다는 의혹도 나왔으나 이 역시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였다.


그럼에도 ‘배후설’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는 기자회견문의 일부 내용을 지목해 “그 연세 어르신이 쓰는 용어가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조직을 이끌 때 드러나는 단어”라며 “누군가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할머니께 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의 수양딸 A씨가 “자신이 쓴 것”이라고 반박하자 김씨는 27일 다시 “7~8명이 협업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누구 말이 맞는 것이냐”며 물고 늘어졌다.


이 할머니 측에 따르면, 기자회견문은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과 A씨가 작성한 버전 두 가지가 있었다.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근거로 시민모임이 작성한 회견문이 먼저 작성됐고, 이후 A씨와 이 할머니가 새로 작성한 게 두 번째다. 여러 가지 버전의 기자회견문을 작성해놓고 고심해서 결정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준비한 회견문을 단 한 줄도 읽지 않았다. 여론의 관심을 모은 것도 할머니의 현장 기자회견 내용이었지 뒤늦게 배포된 기자회견문이 아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기자회견문의 내용을 가지고 ‘배후가 있다’는 식의 음모론을 제기해 초점을 흐리고 있는 셈이다.


27일에는 과거 윤 당선자가 이 할머니의 출마를 막아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한 쪽에서는 윤 당선자의 표리부동한 행위를 비난했고, 다른 한 편에서는 그 때 생긴 이 할머니의 감정적 서운함이 이번 사태의 시작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이날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난 우상호 의원은 “할머니의 분노를 유발한 동기는 ‘네가(윤 당선자) 나를 정치 못하게 하더니 네가 하느냐’인데 이건 해결이 안 된다”며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좋지라는 마음이 아니라 이 분(이 할머니)은 특이하게 이걸 배신의 프레임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민주당은 수사를 통해 윤 당선자에게 만약 ‘범죄’가 드러난다면 책임을 묻되, 그밖의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위안부 운동을 폄하하려는 시도’라며 사수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검찰수사에서도 범죄혐의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삶을 증언하고 여기까지 해온 30여 년의 활동이 정쟁의 구실이 되거나 악의적 폄훼와 극우파들의 악용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며 “특히 일본 언론에서 대단히 왜곡된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에 기반해야지,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들이 친미 토착왜구를 물리치는 민족해방전쟁을 한다는 유치한 판타지에 사로잡혀 후보자에 대한 도덕적 검증을 적들의 공격으로 간주하고 무조건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아직도 쌍팔년도 전대협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으니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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