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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자부해온 집권세력, 왜 홍콩에 침묵하나


입력 2020.05.26 13:06 수정 2020.05.26 13:55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당정청, '홍콩 국가보안법'에 침묵으로 일관

작년 '홍콩 송환법' 논란 당시에도 침묵

中, '韓 지지'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24일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사람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AP/뉴시스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24일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사람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AP/뉴시스

'민주화 세력'을 자부해온 한국 집권 세력이 홍콩에 대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영국 등 국제사회가 중국이 강행 처리키로 한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해당 법안에 대한 한국의 이해와 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책임 공방으로 촉발된 미중 '신냉전' 구도가 홍콩 보안법을 계기로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26일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홍콩 내 반정부 활동과 외부세력 개입을 감시·처벌하는 내용의 국가보안법 초안을 오는 28일 전인대 폐막식에서 표결할 전망이다.


앞서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주요 인사들이 주권 수호·홍콩 안정 등을 명목으로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 의지를 밝힌 만큼 해당 법안 통과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중국이 50년 간 보장키로 했던 '홍콩 자치권'이 이번 법안 제정으로 무력화됐다는 국제사회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국이 처음으로 한국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24일 관영 매체인 중앙(CC)TV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중 양국은 전통적으로 핵심 사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온 우호국"이라며 "홍콩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우리는 한국에 홍콩보안법 배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개하려 한다"며 "한국이 이해와 지지를 보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조슈아 웡이 홍콩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남긴 메시지. ⓒ트위터 갈무리 조슈아 웡이 홍콩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남긴 메시지. ⓒ트위터 갈무리

중국이 한국 지지를 얻어 보안법 제정의 명분을 쌓으려는 모양새지만, '민주화 세력' '인권 대통령'을 자임해온 현 집권 세력이 중국 입장에 동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홍콩 민주화 세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도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독자적 대북 정책 등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중국을 꼬집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문제로 홍콩 시위가 불 붙었던 작년에도 미국·영국·일본을 포함한 G7(주요 7개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은 홍콩 지지 성명을 발표했지만, 우리 정부는 침묵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홍콩 보안법 문제는 공식적으로 중국 내정에 관한 문제"라면서도 미국·영국 등 국제사회가 민주적 가치를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 표명하고 있는 만큼 "인권을 강조해온 우리 정부도 언급할 만 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홍콩 시위를 이끌어온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한국 독재정권이 그랬듯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우리의 자유를 탄압하려고 한다"며 "故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하셨다. 홍콩인들의 행동하는 양심에 지지와 관심을 보내달라"고 밝혔다. 웡은 해당 문구를 '한글'로 적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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