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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 배터리 의기투합, 테슬라 넘어 '1위 노린다'


입력 2020.05.13 16:14 수정 2020.05.13 16:5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첫 단독회동…전기차 2차전지, 전장,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협력 방안 논의

삼성 전고체전지 기술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양산 적용시 전기차 1위 기대

'한국판 뉴딜' 전기차 육성 주목 속 배터리 협력 넘어 재계 전반 사업 확대 주목

현대자동차의 EV 콘셉트카 '프로페시'.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EV 콘셉트카 '프로페시'. ⓒ현대자동차

국내 재계 1·2위 그룹 총수이자 각각 전자와 자동차 리딩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처음으로 단독 회동하며 두 기업이 만들어 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완성차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전장 및 배터리 기술 지원으로 현 전기차 업계 최강인 테슬라를 넘어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양사 경영진은 이날 삼성 SDI 천안사업장에서 회동을 갖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정부 신년 합동 인사회나 간담회 등 재계 모임에서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단둘이 회동을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질적으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심도 있는 대화가 가능한 환경이 처음으로 마련된 셈이다.


두 회사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현대차는 커텍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트랜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한 다양한 전장 기술이 필요하고 이는 삼성전자의 주특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하만은 카오디오를 비롯한 자동차 전장사업이 주력인 기업이다.


자동차 전동화 트렌드와 관련해서는 협력의 여지가 더 넓다. 그동한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등 전동화 모델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나 삼성SDI까지 공급선을 다양화할 여지도 남아있다.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미래차와 친환경차 시장에서 리더십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은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2019년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2019년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5 전략’에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판매를 각각 56만대와 11만대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아차 역시 올해 초 발표한 중장기 미래 전략 ‘플랜 S’를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11종 풀라인업을 갖추고 2026년에 전기차 50만대, 친환경 차 100만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세계 4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기차 전문 매체 EV세일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는 2만4116대로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 다음이다.


물량 면에서 1위 테슬라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구나 현대·기아차는 코나, 니로 등 크기가 작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차종들이 주력인 반면, 테슬라는 고가의 고성능 전기차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매출이나 이익 측면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테슬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대량의 고출력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배치해 무거운 차체를 지니고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내면서 세계 전기차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완성차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이면서도 빠르게 안착해 전기차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현대·기아차가 테슬라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소형 위주 전기차 라인업에서 벗어나 고급차와 고성능차 분야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야 한다.


고출력을 내고, 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하면서도 부피와 무게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테슬라와 같이 기존의 배터리를 다수 배치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전고체전지(All-Solid-State Battery)’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1회 충전에 800km 주행,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전지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공개한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전지’ 기술 관련 인포그래픽.ⓒ삼성전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공개한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전지’ 기술 관련 인포그래픽.ⓒ삼성전자

전고체전지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사용 중인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배로 확대하고, 수명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크기는 반으로 줄이고 안전성도 강화한 획기적인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전고체전지에는 배터리 음극 소재로 리튬금속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리튬금속은 전고체전지의 수명과 안전성을 낮추는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 난제가 있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 음극 표면에 적체되며 나타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다. 이 결정체가 배터리의 분리막을 훼손해 수명과 안전성이 낮아진다.


삼성전자는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고체전지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 기술은 전고체전지의 안전성과 수명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기존보다 배터리 음극 두께를 얇게 만들어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 때문에 리튬-이온전지 대비 크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전고체전지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최초로 양산 적용될 경우 테슬라를 넘어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에 오르는 것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사용되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배터리와 삼성SDI의 배터리 타입이 달라 신규 적용이 어렵겠지만, 전고체전지 같이 획기적으로 성능을 개선한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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