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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실패 학습효과?…안철수 '정책연대→선거연대' 거치나


입력 2020.05.07 19:38 수정 2020.05.07 20:4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018년 지선 앞두고 급박한 통합, 참담한 실패

김동철·주승용 당시 "정책연대→선거연대" 제안

반성적 고려에서 '정책연대' 일찌감치 시동 건듯

'선거연대' 징검다리는 내년 부산시장 보선 전망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 혁신준비위원회의 및 총선평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 혁신준비위원회의 및 총선평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파탄으로 귀결된 바른미래당 정치실험 실패의 학습효과일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의 '사안별 연대'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 관계자들은 안철수 대표가 전날 KBS라디오 '열린토론'에 출연해 '사안별 연대'를 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 야권 '정책연대'의 시동을 거는 것이 아니냐고 바라보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총선을 불과 수 개월 앞두고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급하게 이뤄졌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의 참담한 실패를 독일·미국에 가서 복기하며 느낀 게 있지 않았겠느냐"라며 "2022년 대선을 앞두고서는 2년 전인 지금부터 장구한 3단계 연대·통합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2017년말부터 2018년초까지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당시 김동철·주승용 등 정치 경륜이 깊은 중진의원들은 궁극적인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급하게 통합을 밀어붙이면 안 되고 먼저 원내에서 사안별로 정책연대를 한 다음에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분적인 선거연대를 하고, 그 뒤 통합을 하는 게 좋다는 '3단계 연대·통합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손잡고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이 집단탈당하면서 국민의당은 분당이 됐다. 애써 통합을 했는데도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면서 2018년 6·13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갈등을 겪어야만 했고, 결국 선거에서 전멸에 가까운 참화를 당했다.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안철수 대표가 이번에는 '정책연대→선거연대→야권통합'으로 이어지는 3단계 수순을 제대로 밟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안 대표는 지난 4일 야권에 "합동으로 총선 평가회를 하자"고 제안한데 이어, 전날에는 정책 사안을 놓고 어떤 정당과도 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야권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과반을 훨씬 뛰어넘는 의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연대를 할 이유가 없다"며 "결국 정책연대 제안은 야권을 향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합동 총선평가회나 '원내 사안별 연대' 제안이 모두 미래통합당과 정책연대 시동을 거는 맥락으로 진단한 것이다.


안 대표의 정치적 목적은 2022년 대선 출마와 승리다. 이를 위해서는 2022년에 민주당 후보와 자신이 1대1로 맞붙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서는 결선투표제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관철하지 못했다. 당시 의석 38석보다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지금 국민의당 의석으로는 공직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2022년 대선 전에 어떤 식으로는 야권을 재편해 단일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데, 그 첫 시동이 '정책연대'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책연대를 시작하더라도 올해 총선과 2022년 대선 사이에는 정치적 변곡점이 없어 '중간 징검다리'를 놓을만한 계기가 마땅치 않았는데, 최근 뜻밖에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길을 열어줬다"며 "1년 정도 '정책연대'를 이어가다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거연대'를 성사시키면 2022년 야권 단일후보로 가는 징검다리가 놓인다"고 전망했다.


부산은 안철수 대표의 연고지다. 증조부부터 4대째 부산에 터전을 두고 있다. 대선을 한 해 앞두고 여야가 강하게 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안 대표가 야권 후보에 힘을 보태준다면 천군만마와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21대 국회 개원 때부터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정책연대를 시작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거연대로 일정한 결실을 거두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면 대선을 앞두고 신뢰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며 "과거 선거를 앞두고 급박하게 결합해 삐꺽거렸던 바른미래당 통합 정치실패와는 다른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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