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누나" 한 줄의 문자가 드러낸 권력의 실체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desk@dailian.co.kr)

입력 2025.12.05 07:07  수정 2025.12.05 07:07

'인사 추천'하자 먼저 떠오른 그 이름 '현지'

김남국 죄는 김현지를 국민 앞에 내보인 죄

'현지누나를 밖으로 끌어내면 대가 치른다'

국민이 알고 싶은건 김남국 개인 잘못 아냐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텔레그램의 짧은 메시지 하나가 공개됐다.


"훈식이형과 현지누나에게 추천할게요."

전직 국회의원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민간 협회장 인사를 두고 남긴 문장이다. 이 간단한 문장 속에 이재명 정부의 권력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민간 협회장 자리를 부탁한 것 자체도 이미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보이지 않는 문을 여는 자

김현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 비서실 내에서 공식적으로 인사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남국 비서관은 민간 협회장 인사를 추천할 때 그녀의 이름을 먼저 떠올렸다.


왜 그럴까? 권한도 없는 사람이 왜 인사 추천의 통로가 되는가?


답은 간단하다. 실제 권력은 공식 조직도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정문'이 따로 있고, 실제로 힘이 오가는 '옆문'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김현지 실장은 1998년부터 이재명과 함께해온 이른바 '성남 라인'의 핵심이다. 시민운동 시절부터, 성남시장, 경기지사, 대선 캠프, 그리고 지금의 대통령실에 이르기까지 거의 30년을 함께했다.


그녀는 늘 전면이 아닌 후면에 서 있었다. "얼굴 없는 최측근" "그림자 실세" "문고리 측근" 같은 말들이 따라붙는 이유다.


공식 절차가 아니라 사람 관계와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결정권을 쥐게 되면, 책임은 흐려진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지 나중에 따져 묻기 어려워진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지난 10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현지누나' 친분 과시의 값비싼 대가

김남국 전 비서관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통령실은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이 부정확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허위였던가? 아니다. 메시지 자체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작 문제 삼은 것은 인사 청탁의 실체가 아니라, 김현지라는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권력의 한가운데 서 있는지가 바깥으로 노출된 점이 아니었을까?


김남국 전 비서관의 가장 큰 '죄'는, 민간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서의 김현지 실장을 국민 앞에 보여줘 버린 것이다.


"현지누나에게 추천하겠다"는 말 한 줄이, 대통령 최측근이 비공식 창구로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통상 정부 안에서 비리나 부조리가 제기되면, 조사와 검토, 경위 파악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이번 건은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엄중 경고'와 사퇴라는 결론으로 직행했다.


이 속도는 단순히 사안의 경중 때문이라기보다 "이 선을 넘으면 바로 잘려 나간다"는 신호에 가깝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현지누나를 밖으로 끌어내면 대가를 치른다"는 경고장이다.

문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김현지 실장을 둘러싼 각종 이야기는 계속 '카더라'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야당의 문제 제기도 "정쟁"이라는 말 한마디로 밀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텍스트는 기록이고, 기록은 흔적을 남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침묵이 아니다. 설명과 정리, 그리고 제도 개선이다.


김현지 실장에게 실제 어떤 권한이 있는지, 인사 결정 구조에서 어느 지점까지 관여하는지 명확히 밝히고, 인사 절차를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만드는 게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다.


비공식 창구가 아니라, 공식 시스템 안에서 책임 있게 움직이도록 구조를 바꾸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태도를 보면,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선택된 길은 "드러난 연결고리를 잘라내고,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권력 사유화는 어느 정권에도 같은 이름이다

과거 민주당은 외쳤다. "권력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 문장은 특정 정권, 특정 진영에만 적용되는 문장이 아니다. 어떤 대통령이든, 어떤 정당이든, 권력 구조를 사적으로 운영하고 비공개 창구를 통해 국정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같은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이번 사건은 결국 한 사람의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알고 싶은 건 "김남국이라는 개인이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이 어떤 구조로 움직이고 있느냐"이다.


현 정권이 권력의 통로와 의사결정 구조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드러낼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정치 불신은 앞으로 어디까지 깊어질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국민의 정치 불신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대통령인가, 김현지 부속실장인가?


글/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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