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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원내대표 경선 쟁점으로 떠오른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입력 2020.05.04 06:00 수정 2020.05.04 05:0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김태년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 공약

폐지법안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 표심 공략

입법독주 견제할 야당 법사위원장 압박 가능

정략적 측면에서 민주당의 '꽃놀이패'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텅 비어있는 국회 본회의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텅 비어있는 국회 본회의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공약이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의 표심을 좌우할지 주목된다. 법사위가 사실상의 상원 역할을 하는데 대한 일부 의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고, 원내 다수의 힘을 사용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야권을 압박할 수 있는 정략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적으로 불을 붙인 것은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태년 의원이 공약을 내세우면서다. 김 의원은 “체계자구심사를 명분으로 타상임위의 법안들이 이유없이 법사위에 장기간 계류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폐지하여, 상임위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친 법안이 신속히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법 86조①항은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을 하였을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의 입법취지와 달리 법사위가 사실상 ‘내용적’ 심사까지 하면서 국회 내 상원으로 작용하도록 기능했다는 평가다. 야당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이 관례화됐을 정도로 여야 모두 묵인해왔던 측면이 있다.


이에 총선 전인 지난 3월 11일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체계자구 심사권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발의에 서명한 박주민 의원 등 38명의 민주당 소속의원들 상당수가 21대 국회의원이 된 만큼, 관련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발의에 함께 참여하고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공약한 김 의원에 힘을 실어줄 공산도 크다.


무엇보다 민주당 입장에서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는 꽃놀이패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과되도 좋고, 안되더라도 야당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원구성 협상을 해봐야 알겠지만, 관례에 따라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면 체계자구심사권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법사위에서 법률안이 상당부분 계류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의 문제점은 수차례 제기돼왔다. 법사위가 ‘체계·자구’라는 명문의 권한을 넘어 법률안을 실질적으로 심사하게 되면서, 다른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률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좌우해왔던 게 사실이다. 심지어 1~2명 소수의원의 생각으로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법사위에서 막히는 비효율도 있었다.


하지만 순기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체계에 맞지 않는 법률안을 걸러내거나 혼선이 예상되는 용어를 바로 잡는 보이지 않는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다수의 힘을 이용한 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되는 21대 국회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이론상으로는 상임위에서 체계자구 심사까지 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절대 완벽할 수 없다”며 “다른 상임위에서 한 번 더 보고 걸러내는 것이 완결성을 추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효율성을 강조해 빠른 법률안 처리만 강조할 경우 자칫 법 체계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곧 국민들에게 피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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