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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비상경영 와중에도 "미래 먹거리 투자 지속"


입력 2020.04.26 06:00 수정 2020.04.26 06:1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현대차 '2025전략', 기아차 '플랜 S' 대규모 투자 계획대로 추진

현대모비스, R&D 신규거점 3천억 투자계획 발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통해 미래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통해 미래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연구·개발(R&D)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미래 사업에 투자하지 않으면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확고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자동차 관련 계열사들은 2분기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생산차질 및 판매 부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1분기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은 데다, 우호적인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2분기부터는 3사 모두 심각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위기까지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해 현대차는 11조원, 기아차는 10조원의 현금을 마련해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정비 절감을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그룹 계열사 전 임원이 급여 20%를 반납키로 했고, 각 계열사별로 ‘불요불급(不要不急)’한 비용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등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다.


돈줄을 꽁꽁 동여맨 만큼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발표한 미래 모빌리티 및 친환경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도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만한 상황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현대차는 4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5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현대차는 4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5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2대 사업 구조를 축으로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동차 선도 리더십, 플랫폼 사업기반 구축 등을 추진하는 ‘2025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성공적 전환을 목표로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사업 역량 확보 등에 향후 6년간(2020년~2025년) 총 6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제품과 경상 투자 등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41조1000억원, 전동화, 자율주행·커넥티비티, 모빌리티·AI·로보틱스·PAV(개인용 비행체)·신 에너지 분야 등 미래사업 역량 확보에 20조원을 투입한다는 청사진이었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당장 올해만 10조원이 투입돼야 하는 공격적 투자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올해 1월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선제적인 전기차(EV) 사업 체제로의 전환과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미래 전략 ‘플랜 S’를 발표했다.


기아차는 ‘플랜 S’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리더십 확보 및 사업 다각화 등에 총 29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기아자동차 '플랜 S' 개요.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플랜 S' 개요. ⓒ기아자동차

이같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 차량 등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밝혔었다. 현대차의 경우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을 2025년까지 8%로 끌어올리고, 같은 기간 기아차도 6%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올 코로나19 영향이 크지 않았던 1분기만 해도 현대차는 3.4%, 기아차는 3.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며,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적자 전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이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다른 부분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지난 23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일반투자에 대해서는 선제적 투자 우선순위를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 역시 2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우리가 가진 투자계획 중 순수 R&D와 제품개발 등 꼭 해야 될 부분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면서 “연초 발표한 ‘플랜S’와 같은 미래 준비 관련 부분은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26.9%나 감소한 상황에서도 “위기 시기에 오히려 핵심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R&D 신규거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의왕연구소를 전동화 부품과 모듈 경쟁력 등 미래차에 특화된 핵심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기술 트렌드에 대응하고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전동화 분야 기술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움직임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미래 사업 투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미래 먹거리를 포기할 수 없다”면서 “고정비를 줄이더라도 미래 사업의 투자는 지속해야 된다는 게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위기 상황일수록 미래 투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가 고임금과 의료비 등 각종 복지정책을 유지하며 높은 고정비 지출을 감수하는 대신 R&D 투자를 낮춘 결과, 경쟁력 저하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부진에 빠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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