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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정치싸움에 이용되는 콘텐츠 훔치기, 질색하는 연예계


입력 2020.04.10 11:27 수정 2020.04.10 11:3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국민의당 후보의 '음원 사재기' 폭로 시기에 의구심

총선 때마다 등장하는 무단 도용 문제 심각

ⓒ홍준표 SNS ⓒ홍준표 SNS

유행하는 콘텐츠,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은 홍보·마케팅의 기본이다. 선거운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매번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각종 인기 콘텐츠의 패러디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할 때에는 신중함이 따라야 한다. 특히 법을 만드는 정치인들이라면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한다.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도 후보자들은 앞선 선거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표심을 잡기 위한 홍보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몇몇 후보들이 연예계에서 큰 호응을 일으켰던 콘텐츠를 말 한 마디 없이 슬쩍 자신의 것들로 재편집해 내걸었다.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의 부족, 혹은 홍보에 눈 먼 욕심에서 비롯된 행위들이다.


연예계의 반응도 이전과 사뭇 다르다. 저작권의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바로잡는 움직임이 거세다. 저작권 침해는 물론이고, 혹여 한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주인공인 박새로이(박서준 분)를 ‘수성을 클라쓰’, 자신의 성을 따 ‘홍새로이’로 패러디한 홍보물을 올렸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처지와 극중 박새로이와 비슷하다며 인기를 끈 콘텐츠를 적극 활용했지만, 원작자인 조광진 작가가 SNS에 불편함을 표현하면서 모든 게시물을 삭제해야 했다. 조 작가는 “저작권자로서 ‘이태원 클라쓰’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도 띠지 않길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선을 그었다.


ⓒMnet, JTBC ⓒMnet, JTBC

래퍼 마미손도 소속사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저작물이 특정 정당의 홍보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당사의 동의 없이는 아티스트의 어떠한 이미지와 저작물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마미손은 “이미지와 저작물 무단 도용을 멈춰달라”며 어떠한 정당의 홍보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민중당 오준석 후보는 SNS에 “오준석 선거본부(선본)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 횡포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기 위해 래퍼 마미손과 소년점프를 패러디 해 홍보를 진행했다”면서 “당초 선본 차원의 법리자문을 통해 패러디 저작물의 이용 가능성에 대해 확인을 받았으나, 매니지먼트사와 협의하는 차원까지 진행하지 못한 불찰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사과했다. 현재 선거운동 지역의 현수막은 모두 교체됐고, 온라인상의 홍보물도 삭제했다.


JTBC ‘스카이캐슬’에서 ‘쓰앵님’이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각종 패러디를 만들어냈던 김서형도 선거 홍보물에 해당 캐릭더가 등장하자 소속사를 통해 “‘스카이캐슬’ 속 모습이 특정 정당의 홍보물에 무단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당사의 동의 없이는 배우의 어떠한 이미지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초상권 무단 도용의 문제가 확인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며 “더불어 김서형은 어떠한 정당의 홍보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음을 알린다”고 강조했다.


ⓒ자이언트 펭TV ⓒ자이언트 펭TV

인기 캐릭터 펭수도 무단도용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이에 펭수 콘텐츠 저작권자인 EBS 측은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한 정당을 겨냥해 “교육방송의 캐릭터가 개인적인 정치 활동이나 이익 활동에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예계 이슈를 건드려 오해를 사고 있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최근 국민의당 김근태 청년비례대표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음원 사재기’ 가수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 기자회견의 시기와 과정이 과연 공정한 음원시장 형성을 위한 것이었는지에는 많은 대중이 의구심을 보였다.


물론 사재기를 했다면 당연히 밝혀져야 하고,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한 정당의 선거 후보자가, 그것도 선거를 며칠 남겨둔 시점에서 내뱉은 폭로에는 당연히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자회견 이후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공식적인 검증(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수사) 없는 폭로임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수사 이전인 현재 시점에 발표를 해야 할 만큼 시간을 다투는 문제였는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김 후보가 언급한 가수들 중 일부는 “당 차원의 이슈몰이”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비단 이번 총선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를 직접 다루고 참여하면서 젊은층의 표심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표심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법을 만들고, 따라야 하는 사람으로서 무단 도용에 있어 창작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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