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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둘러싼 '검언유착 대 권언유착' 프레임전쟁…본질은 뒷전


입력 2020.04.03 05:30 수정 2020.04.03 13:2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범여권 '검언유착'이라며 윤석열 정조준

녹취록과 '尹 측근' 동일인 여부 불확실

일각선 '권언유착' 통한 '尹 흔들기' 의심

그 와중에 "신라젠 수사" 본질은 흐려져

검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채널A의 A기자가 이철 전 신라젠 대표 측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내놓으라며 “협박했다”는 MBC보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A기자가 ‘윤석열 측근’ B검사장의 녹취록을 압박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부각되면서 범여 진영에서는 ‘검언유착’이라며 일제히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황희석 전 법무부 감찰국장은 2일 페이스북에 A기자가 위력용으로 사용했다는 녹취록 일부를 추가 공개하며 “채널A 기자들과 그 검사 모두를 소환해서 대질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공개한 녹취록에는 B검사장으로 지목된 인물이 “그래 (이 전 대표 측) 얘기를 들어봐. 그리고 다시 나한테 알려줘. 우리도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 줄 수는 있어.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양쪽에 도움되는 거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이날 “언제까지 버티는지 보자”며 검찰과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최 전 비서관은 “검언유착, 그 폐해를 알리려 나섰다”면서 “저들의 행각 다 알고 있다. 낱낱이 밝히겠다. 용서는 없다. 못된 버르장머리의 뿌리를 뽑겠다”며 날을 세운 바 있다.


더불어시민당은 논평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커다란 권력의 칼을 휘두르는 윤석열의 검찰권력이 이번에는 언론권력과 손을 잡았단다”며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표적화 된 대상(유시민)에 대한 협박을 위한 특정 언론과의 협잡을 보노라면 목불인견”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언유착’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사실관계는 확정되지 않았다. A기자가 내놨던 녹취록이 실제 ‘윤석열 측근’ 검사장의 말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해당 검사장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채널A 측도 마찬가지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추미애 장관의 지시로 대검이 확인을 했지만 해당 검사장이 아니라는 내용의 보고를 올렸다. 사실이 아니라면, 본질은 A기자의 취재윤리로 전혀 달라진다.


MBC는 이날도 “분명히 그 목소리”라는 이 전 대표 측의 말을 인용해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가 B검사장이라는 보도를 냈다. 그러면서도 “실제 녹취록 대화가 있었을 수도 있고, 채널A 기자가 허위의 녹취록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또 실제 통화는 했지만, 신라젠 사건이 아닌 다른 내용으로 통화한 뒤 그 음성을 들려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녹취록 사실여부 불분명…MBC도 동일인 아닐 가능성 인정
진중권 “MBC, 툭하면 권력과 한팀으로 프레이밍” 의심


이러다보니 반대측에서는 윤 총장을 흔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도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신라젠 사건 자체가 아닌 이례적으로 타사의 취재과정을 담았다는 점과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를 섣불리 ‘윤석열 측근’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다. 음성기록이 있다면 본인여부 확인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그릇된 취재윤리를 바로잡기 위해 보도를 한다고 하나 보도의 내용은 사실 윤석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 사건에는 공교롭게도 친노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당연히 MBC에서 검찰수사를 방해하려고 사건의 실체를 흐린다는 의심을 받을만 하다”고 ‘권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야권도 권언유착을 통한 ‘윤석열 흔들기’로 판단했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범여권이) 실제로 처음하는 일이 조국 살리기와 윤석열 처내기였다”며 “공수처를 이용해 윤 총장부터 손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국을 살리고 윤석열을 쳐내려는 쪽과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고 윤석열을 지켜내고자 하는 쪽의 한판승부”라고 덧붙였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신라젠 사건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싸움화 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14년 형을 선고받았다. 투자사기 규모만 7,000억원”이라며 “본질은 수많은 피해자를 위해 검찰이 신라젠 수사를 더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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