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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는 듯…추미애·최강욱·황희석, 일제히 '윤석열 압박'


입력 2020.04.02 05:00 수정 2020.04.02 17:59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추미애, 감찰·특임검사 언급하며 조사 예고

녹취록 진위에 따라 취재윤리 문제로 그칠수도

해당 검사장은 "사실 아니다"며 부인

일각선 '윤석열 흔들기' 연장선 의심

신년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신년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범여권 인사들이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MBC의 보도가 단초를 제공했다. 채널A 법조팀 A기자가 윤 총장 측근 검사와 자신의 관계를 내세워 이철 전 신라젠 대표 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제보하라는 협박을 했다는 게 요지다.


이 전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징역 14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이 전 대표가 과거 국민참여당과 노사모 활동을 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가 관여된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되는 게 아니냐는 후문이 적지 않았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거론됐던 인사가 유 이사장이다.


1일 MBC가 전날에 이어 공개한 바에 따르면, A기자는 “(신라젠 관련) 검찰 수사 자체는 굉장히 강하게 들어갈 것”이라며 “최대한 불어주셔야 된다. 솔직히 14년에서 더 안 좋게 될 일만 남았다. (검찰과 협의해) 살릴 걸 살려야 한다”며 이 전 대표 측에 유 이사장 관련 제보를 거듭 종용했다.


범여권 인사들은 ‘검언유착’으로 규정하고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황희석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A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를 공개하며 “모종의 기획에 윤 총장이 개입하고 있음을 엿볼수 있다”며 “이제 윤 총장이 대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언유착 폐해를 알리려 나섰다”며 “저들의 행각 다 알고 있다. 낱낱이 밝히겠다. 용서는 없다. 못된 버르장머리의 뿌리를 뽑겠다”고 강조했다. “검언유착의 빨대는 한 곳으로 누군지 다 아는 그 놈”이라고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나아가 감찰·특임검사 등을 언급하며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한 추 장관은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하다”며 “녹취가 있고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그냥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찰이나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A기자가 이 전 대표 측을 압박하고 검찰과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제시한 녹취록과 일부 음성의 사실여부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는 윤 총장의 핵심 측근인 B검사장이라는 게 MBC의 주장이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핵심 측근의 ‘검언유착’ 배후에는 역시 윤 총장이 있다는 뉘앙스다.


사실 여부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실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가 B검사장이 맞다면 ‘검언유착’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아니라면 A기자의 단순 취재윤리 문제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기자가 단순히 B검사장과의 친분을 팔아 특종을 건지려 했던 것인지 아니면 녹취록이나 음성에 나오는 검사가 진짜 B검사장이 맞는지는 중요한 팩트”라며 “지금까지는 정확한 팩트가 없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B검사장은 녹취록과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는 MBC 측에 보낸 답변에서 “신라젠 사건 수사를 담당하지 않고 있어 수사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언론에 수사상황을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신라젠 사건 관련) 녹음된 녹취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라임 사태 수사를 막기 위한 윤 총장 흔들기라는 의심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 모든 움직임의 타겟은 물론 윤 총장”이라며 “선거 끝나면 본격적으로 파상공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진교수는 또 2일에는 MBC를 지목해 "언론은 언론이어야 한다. 얼마 전부터 MBC는 아예 사회적 흉기가 되어 버린 느낌. 툭하면 권력과 한 팀이 되어 조직적으로 프레이밍 작업을 하는 게 심히 눈에 거슬린다"고 지적했다.


채널A와 MBC는 서로 취재윤리를 지적하며 대립하는 모양새다.


채널A는 1일 메인 뉴스인 '뉴스A' 클로징 멘트에서 "본사 기자가 취재윤리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MBC의) 지적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외부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가 나간 30일엔 "MBC가 사안의 본류인 신라젠 사건 정관계 연루 의혹과 무관한 취재에 집착한 의도와 배경은 무엇인지 의심스러우며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채널A는 MBC 보도 내용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 과장한 부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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