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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문화예술계, 선제적 대응이 의미 있는 이유


입력 2020.03.20 07:23 수정 2020.03.28 20:35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한국예총, 구체적 피해사례와 대안 제시

'메르스 사태 교훈' 위기대응 매뉴얼 만들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작업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작업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현장 예술인들에게는 생계 위협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문화예술계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불황을 넘어 문화예술인들이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현실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19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1~18일) 매출은 54억 5022만 원에 머무르고 있다. 이 추세라면 2월 매출액(209억 7978만 원)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1월 매출액이 406억 2224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가 더 뼈아프게 느껴진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19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예매처별로 1인당 8000원 상당의 '공연관람료 할인권'을 300만 명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원 예상액은 240억 원이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공연계의 회복 속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한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또 경영난에 빠진 소극장과 공연단체에 대한 지원 계획도 밝혔다. 소극장 200곳을 대상으로 한 곳당 최대 6000만 원까지 공연 기획·제작·홍보비를 지원하고, 공연예술단체 160곳을 선정해 규모에 따라 2000만 원에서 2억 원까지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 대해 현장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어떤 대책이든 없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면서도 "당장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 관람권을 제공하고 공연 기획비를 제공한다는 건 솔직히 와 닿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는 여러 가지 문화예술계 지원책을 내놨지만, 정작 피해가 컸던 단체들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인 게 추경예산 300억원을 투입해 마련해 '원 플러스 원' 대책이다. 정부는 "공연예술계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연 기간을 특정하고, 지원 대상도 티켓 가격을 5만 원 이하로 못 박아 정작 혜택을 받은 공연을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가장 큰 피해를 본 제작사들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공연 관계자는 메르스 때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겼다면,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메르스 사태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IMF 외환위기로 한국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계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 같다"며 "영화, 공연, 전시 분야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대신 넷플릭스 등 온라인 콘텐츠가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아직 현장의 문화예술인들은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를 위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문화예술인들이 당장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단기적, 장기적 관점에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대책만을 내놓는다면 큰 효과를 얻기 어렵다.


공연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대책을 문체부에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예술계가 직접 나서 현장의 목소리를 내는 건 큰 의미가 있다.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문화예술인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피해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정부도 보다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서 18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예총')는 지난 3월 9일부터 12일까지 회원협회(10개)와 전국 156여개 연합회 등 전체 130만 회원을 대상으로 긴급조사를 진행해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계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올 1~4월 사이 취소 또는 연기된 현장 예술행사는 2 500여 건, 피해액은 약 600억여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총 이범헌 회장은 "현장 예술인 및 단체의 피해에 따른 생활·운영자금 지원 등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조속한 추경 편성과 집행을 130만 예술인의 이름으로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예총은 종합예술단체 설립, '(가칭)문화예술 환경체감지수(ASI : Arts Survey Index)' 개발·도입, '(가칭)예술작품은행 설립' 등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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