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원행정처 폐지 추진' 공식화…"위헌 소지 다분" [법조계에 물어보니 684]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5.11.12 03:24  수정 2025.11.12 03:24

지난 2020년에도 '비법관 중심' 사법행정위 설치 움직임

당시 대법원 "사법권, 재판권 뿐만 아니라 사법행정권도 포함"

법조계 "헌법 개정 전에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뺏지 못해"

사법부 독립성 흔들릴 수 있단 지적도…"편향된 판결 증가 가능성"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사법행정 전반을 담당하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비(非)법관 위주의 가칭 '사법행정위원회'(사법행정위)에 넘기는 방안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 폐지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 1항에 정면으로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법조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법조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 인사 및 예산 등 사법행정 전반을 담당하는 권한을 사법행정위에 넘겨 재판과 행정의 분리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사법 불신 극복 및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소속 박균택 의원은 "사법행정위원회가 법관 인사에 대한 심의권을 갖도록 하고 심의권을 가지는 위원에는 외부 위원들이 많이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현재 대법원장이 과도하게 사법행정 전반을 관장하고 있어 제왕적 대법원장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헌법에 기초해 사법권을 행하는 법원의 조직을 규정한 법원조직법 9조는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1항) 사법행정사무의 지휘·감독권의 일부를 법률 및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해 또는 대법원장의 명으로 법원행정처장이나 각급법원의 장, 사법연수원장, 법원공무원교육원장 또는 법원도서관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2항)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에도 법원행정처 폐지를 추진하고 사법행정위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후 법관 시절 해당 의혹을 폭로한 이탄희 당시 민주당 의원이 주도해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을 발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대법원은 해당 법안에 사법행정위 정원 중 3분의 2를 비법관 인사로 둬야 한다는 규정을 놓고 "헌법이 규정한 사법권엔 재판권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법행정권이 포함된다"며 이미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뺏을 수가 없다"며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는 할 수 있지만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만큼 입법만으로 처리하는 것은 위헌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위에 속하는 외부 인사가 '친(親)정부' 인사일 경우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가 권력을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세 기관으로 나누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원리가 삼권분립인데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행정위 성격은 입법부나 행정부가 사법부 권한까지 침해하는 문제점이 크다"며 "이렇게 해서 임명된 법관들은 편향적인 논리를 통해 판결할 가능성도 지금보다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신설을 추진하는 사법행정위가 합의제 기구로 추진되는 만큼 민주당 뜻대로 사법개혁 속도에 불이 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합의제 기구에서 사법행정을 좌지우지한다면 결코 개혁 본연의 취지를 훼손할 것"이라며 "결국 사법부에 혼란만 가중하고 국민의 신뢰만 오히려 갉아먹는 효과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부 인원들로 구성되는 사법행정위 대신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전국의 법관대표들(129명)은 3200여명에 이르는 전체 법관을 아우르기에는 분명 한계점이 있고 법관대표회의가 몇몇 판사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된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법원 내부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다"며 "좀 더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거나 법관대표회의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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