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포기, 특검·국조하자" 동상이몽 속 국민의힘에 부는 기회론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11.12 06:00  수정 2025.11.12 06:00

김병기 "국정조사·청문회·특검 동원해야"

장동혁 "국조 하자, 특검도 하자" 소리 높여

그럼에도 여야 '대장동 국조' 합의 못 이뤄

국힘 안팎선 "국조·특검 무조건 성사돼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 두번째부터)와 송언석 원내대표, 당 소속 의원들이 1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앞에서 법무부 현장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특검과 국정조사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검찰 수뇌부의 항소포기 결정에 정성호 법무부장관 뿐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개입돼 있다고 보고, 이를 특검과 국조로 파헤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항소 포기에 항명한 검사들을 '친윤(친윤석열) 검사'로 보고, 이들이 강행한 조작 수사와 기소를 특검과 국조로 확인하자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동상이몽이긴 하지만 여야가 동시에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특검과 국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선 특검과 국조가 도입될 경우 불리할 것이 없고, 정부·여당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될 것이란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국회에서 만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포기와 관련한 국정조사 도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상범 원내수석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와 관련해서 추가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됐다"며 "시간이 되는 대로 계속 원내대표 간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기소 자체를 조작으로 규정하며 이번 검찰의 항소 포기는 마땅한 '항소 자제'라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정권의 '외압'이 배경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회동에서도 이 같은 입장차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과 국조 카드를 먼저 꺼내든 건 민주당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수사 자체를 '조작'으로 규정했다. 그는 "(검찰이) 대통령을 겨냥한 조작 수사, 진술 강요, 억지기소를 했다"며 "국정조사와 청문회, 상설특검을 적극 검토해서 실시해 조작 수사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 조작 수사와 정치검사 시대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항명은 강백신 검사를 주축으로 하는 한 줌도 안 되는 정치 검사들이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해 도전한 것"이라며 "국정조사·청문회·특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당신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혀보겠다"고 강조했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공소 유지를 맡았던 검사다.


2014년 3월에 제정돼 그해 6월부터 시행된 상설특검법을 따르는 상설특검은 특검의 발동 경로와 수사 대상, 임명 절차 등을 법률로 명문화해 문제가 된 사건이 발생하면 곧바로 특검을 임명해 관련 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상설특검은 국회 본회의에서 수사요구안이 의결되면 가동된다. 일반 특검과 달리 이미 법 자체가 마련돼 있어 즉각 수사가 가능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도입될 수 있는 국정조사를 통해 검찰의 문제를 뒤집어 보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국정조사는 국회 차원에서 중요한 현안에 대해 진상규명과 조사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국정조사가 의결되면 구성되는 특별위원회는 규섭단체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구성된다. 즉, 더 많은 의석을 점유한 범여권에 유리한 위원회 구성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야 원내대표단이 11일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뉴시스

국민의힘은 특검과 국조를 통해 검찰의 항소포기에 개입한 윗선이 누구인가를 확인해보자는 입장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아 "범죄자들을 의인으로 만들고 범죄자들에게 수천억의 부당이득을 두둑이 챙겨주면서 이를 기소하려고 헀던 검사들은 조작 기소라고 몰아세우고 부당한 항소 포기에 항의하는 검사들은 항명이라고 몰아붙이고 무도하고 파렴치한 정권 바로 이재명 정권"이라며 "김병기 원내대표가 말한 것처럼 국정조사 하자. 특검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민정비서관,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이 대장동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인 출신이다. 대장동 변호인들이 대장동 수사했던 검사들 인사권을 쥐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문에서도 이재명 이름이 401번 나왔다는 거 아니냐. 이 사건을 항소 포기하는데 대통령실이 어떻게 관여할 수 있냐고 하는데, 안 했다고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민정라인을 비롯한 윗선의 개입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 밖에선 한동훈 전 대표가 가장 적극적으로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항소포기에 대한 강백신 등의 저항은 정성호 법무장관, 노만석 대검 차장의 항소 포기 외압이 불법이었는지 여부를 전제로 한 것이니, 동전의 양면"이라며 "즉시 특검해서 정성호든 강백신이든 다 수사하면 된다. 민주당은 말 바꾸고 도망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번 특검과 국조가 성사될 경우 이른바 '꽃놀이패'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검과 국조위 구성에 의석이 많은 범여권의 입김이 강하게 미칠 수 있지만, 특검과 국조 범위에 '항소포기 사안'을 담을 수 있다면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법무부 장관이 항소 포기를 압박한 이후 폭로와 반발이 시작되자 (민주당이) 적반하장으로 대장동 수사를 진행한 검찰을 국조하고 상설 특검을 하겠단 으름장까지 놓았다"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항소포기를 압박하거나 관여한 모든 자들을 처분하기 위한 국조를 관철하고 범죄 인멸, 은폐를 시도 중인 민주당에 끌려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검찰과 민정이 개입된 이 사안은 특검으로만 할 수 있는 적합한 사안인데다 국민들이 이미 분노해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이 이걸 반대해도 3대 특검 정국으로 모든걸 해결하려 하는 그 이중성을 국민들한테 보여줄 수 있다"며 "게다가 이 대통령과 관련된 이슈인만큼 특검은 당내 계파와 관련없이 같이 싸울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민주당이 또 검사들만 때리자는 말도 안 되는 특검을 주장할 수 있지만 그걸 주장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생각해보라"며 "국민들도 심상치 않다는 걸 충분히 느끼고 있다. 지금 당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국조와 특검 아니겠느냐. 무조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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