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지역 주민 대상 심폐소생술 무료 수업 진행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연계…환자 안전 향상 목표”
10일 인하대병원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폐소생술 무료 수업에서 참가자들이 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괜찮으세요? 제 말 들리세요? 거기 검정색 옷에 책가방 메신 남자분, 119 신고해주세요.”
119 신고가 끝나고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심장을 압박하는 소리가 강의실에 울린다. 쓰러진 마네킹은 환자가 되고, 참가자들은 가슴뼈 아래쪽 절반 부위에 손바닥을 대고 다른 손을 깍지 낀 채 압박을 시작한다. 깊이 5cm,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30회씩 반복되는 훈련이 ‘빡세게’ 이어졌다.
10일 인하대병원 시뮬레이션센터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폐소생술(CPR) 무료 교육 현장을 찾았다.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마련된 이번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응급처치법을 배우고 직접 실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당초 실습 장면을 ‘취재’만 할 목적이었으나, “나 쓰러지면 니가 살려야 될 거 아니냐”는 부장의 강요에 의도치 않게 실습에 내던져졌다.
강사진은 빵빵했다. ‘무려’ 인하대병원 시뮬레이션센터 강사진의 지도로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을 함께 익혔다. 실제 장비를 작동하며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법을 배울 기회도 얻었다.
“5cm의 압박이 생명을 살린다”
10일 인하대병원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폐소생술 무료 수업에서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가 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CPR 교육에 필요한 상반신만 달랑 있는 훈련용 인체 모형(더미)을 마주하니 긴장감이 엄습해 온다. 혈액을 뇌와 주요 장기로 순환하도록 하려면 최소 5cm 깊이로 압박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을 때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진짜 사람의 가슴 같은 곳을 누르려니 그 5cm가 상당히 깊게 느껴졌다.
‘갈비뼈가 부러질 수도 있겠는데’ 생각하며 힘껏 압박을 하자 ‘툭’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무식하게 힘만 세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더미 값을 물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던 순간, 구원과도 같은 교육강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툭소리가 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가슴 압박 시 팔꿈치를 굽히지 말고 어깨 힘으로 수직으로 눌러야 합니다.” (아, 원래 그런 거였군.)
더미 파손의 우려에서 벗어나자 자신감이 붙었다. 팔과 어깨 근육을 풀가동해 압박을 거듭했다. 문제는 평소 개점휴무 상태였던 내 근육에 30회씩 7번을 거듭하는 격한 운동은 무리였다는 점이다. 4번째부터 팔이 저려왔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팔이 빠질지언정 멈춰선 안된다. 119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약 5분, 그중 3분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시간이다. 그 3분이 바로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이다.
교육에 참가한 이주원 씨는 “심폐소생술을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가 흔치 않은데, 실제로 해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며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경험을 직접 체험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생 한수지 씨는 “심폐소생술이 어렵게 느껴졌지만, 실습을 통해 자세를 익히니 두려움이 줄었다”며 “응급상황이 오면 망설이지 않고 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하대병원이 10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무료 수업을 개최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날 교육을 진행한 김현미 인하대병원 시뮬레이션센터 코디네이터 겸 교육강사는 심장정지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한 5개의 ‘생존 사슬’을 설명했다. 생존 사슬은 심장정지가 발생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실행돼야 하는 연결고리다.
먼저 ‘심장정지 인지 및 구조’다. 환자를 목격한 목격자가 상황을 인지하고 구조를 요청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후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를 이용해 심장정지 환자에 응급처치를 진행한다. 이후 ‘전문소생술’과 ‘소생 후 치료’ 과정은 전문 의료진이 담당하게 된다.
김 교육강사는 “생존 사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시민들의 역할”이라며 “(수업을 통해) 주민분들에게도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병원이 안전 강화체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매년 국내 급성 심장정지 환자는 약 3만명, 이 중 사망자는 2만8000여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약 3300명)의 8배에 달한다. 심장정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가정(약 40%)으로, 환자의 상당수가 일상생활 중 쓰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육강사는 “최초 목격자의 즉각적인 대응이 환자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08년 1.9%에서 2019년 24.7%로 13배 증가했으며, 생존율도 2006년 2.3%에서 2019년 8.7%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인하대병원, 필수의료 강화 정책 실천
인하대병원 전경 ⓒ인하대병원
인하대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2024년 4월 개소해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기반으로 의료진 역량 강화와 환자 안전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센터는 임상 술기, 로봇·내시경, 응급·중환자 관리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 교육을 운영하며,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연계한 응급의료 인력·구급대원 대상 교육으로 필수의료 강화 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연계한 응급의료 인력 및 구급대원 대상 교육은 병원의 필수의료 강화 정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또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병원의 산하 기관으로서 지역사회 의료교육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택 인하대 의료원장(인하대병원장)은 개소식 당시 “의료현장에 나가기 전 모든 의료인은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병원으로서 지역사회 의료교육에도 헌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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