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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연예뉴스 댓글차단, 포털의 책임 회피일 뿐


입력 2020.03.15 07:00 수정 2020.03.15 03:41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건전한 토론마저 '원천봉쇄’ 여론 왜곡 우려

정치·사회 뉴스엔 여론조작·조롱 여전 지적도

2018년 5월 9일 '네이버 뉴스 댓글 개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는 드루킹 사건이 불거진 2018년 이후 뉴스 댓글 개선을 위한 여러 대책을 제시해왔다. ⓒ 연합뉴스 2018년 5월 9일 '네이버 뉴스 댓글 개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는 드루킹 사건이 불거진 2018년 이후 뉴스 댓글 개선을 위한 여러 대책을 제시해왔다. ⓒ 연합뉴스

일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 자체를 차단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최근 잇따라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하자, 댓글 서비스의 순기능인 건전한 토론문화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며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국내 최대 포털 기업인 네이버도 지난 5일 댓글을 통한 인격 모독과 혐오 발언,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했다.


이 같은 포털 결정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인 편이다. 지난해 12월 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 달 2일부터 8일까지 20대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5%가 "포털사이트의 댓글 폐지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가수 설리 등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으로 뉴스 댓글이 지목되면서 뉴스 댓글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포털이 굳이 연예뉴스 댓글만을 차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과 2018년 드루킹 사건으로 여론 왜곡의 온상으로 지적돼온 터다.


정치와 사회 뉴스에는 여전히 비방과 조롱, 욕설이 난무하고 있는데, 유독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만을 종료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적, 사회적 파장을 피하는 대신, 연예뉴스 댓글만을 차단함으로써 비판의 화살을 피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뉴스 댓글이 안고 있는 여러 부작용에 대해 비판을 받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포털이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자극적인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게 포털사이트였다.


무엇보다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은 배척하는 방식이 아닌, 서비스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TV조선 ’미스터트롯'의 방송사고, 혹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누리꾼들의 건전한 토론이나 비판은 이제 볼 수 없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누리꾼들의 따끔한 비판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악성 댓글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악플러들은 포털 대신 SNS와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로 몰려가고 있다. 한 배우는 뉴스 댓글이 아닌 SNS에서 받아온 악플러의 DM(다이렉트 메시지)에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마치 포털뉴스 댓글차단으로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를 쓸 게 아니라 매크로 차단과 악성 댓글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먼저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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