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외래 봉사활동 체험
진료·수납 키오스크, 안내데스크등 활동범위 다양
“‘고맙다’는 말 한마디…봉사를 하게 만드는 힘”
16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를 도와주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마리아님, 안나님, 세레나님, 안젤라님 오셨나요?”
16일 오전 9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별관에 위치한 자원봉사실. 분홍색 옷을 맞춰 입은 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여 출석을 부르고 하루를 시작한다. 가톨릭 정신에 맞게 말씀을 나누고, 팀장의 주도로 봉사자들이 담당할 구역을 배분한다. 중간 중간 들려오는 봉사자들의 웃음은 고등학교 학급활동을 준비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이날은 가톨릭대학교 재학생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 봉사자들도 눈에 띄었다. 기자 역시 하루 동안 서울성모병원 외래 자원봉사자로 현장을 직접 체험해봤다.
분홍색 옷을 입은 병원의 천사들
16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자원봉사실. 봉사자들이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서울성모병원의 자원봉사자들은 병원 곳곳에 배치돼 있다. 각 층에서 대기표 발급과 진료·수납을 돕는 키오스크 안내부터 환자 이동 서비스, 안내데스크, 19층 도서관 등 활동 범위는 다양하다.
병원을 처음 찾은 환자부터 여러 진료과를 오가야 하는 고령 환자까지, 키오스크 앞에는 쉴 새 없이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기자가 담당해야 할 구역은 1층 안내 키오스크 지원. 기존 봉사자들과 함께 외래를 찾은 환자들을 맞이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5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진단서에 인쇄된 바코드를 기기에 인식시키면 수납해야 할 진료비가 화면에 표시되고, 카드 결제를 누른 뒤 원하는 인근 약국을 선택하면 절차는 끝난다. 설명은 단순했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들은 봉사자들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서울성모병원 곳곳에는 분홍색 옷을 입은 안내 천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진료 수납을 돕자, 환자들은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다른 환자는 키오스크 사용법과 더불어 근처 가까운 약국과 병원 지리를 묻기도 했다.
반면 병원에 자주 내원한 환자는 고령층이어도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해보였다. 옆에 도움을 필요로 하던 환자를 봉사자 대신 도와주는 이들도 종종 보였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와 환자들이 서로를 도와주는 따뜻한 풍경은 하루종일 같은 자리에서 반복되는 봉사자들의 손길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자원봉사자들을 총괄하는 김전희 팀장은 서울성모병원 이전인 ‘강남성모병원’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약 20년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환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다.
김 팀장은 “덕분에 진료를 잘 받았다며 인사를 건네는 분들도 있다”며 “간혹 ‘이걸 하고 얼마를 받느냐’고 묻는 분도 계신다. 봉사라고 말씀드리면 오히려 더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주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를 넘어 병원의 ‘길잡이’로
16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를 도와주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현재 서울성모병원의 자원봉사자는 약 120명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일별로 근무하며, 하루 평균 20~30명이 병원에 나온다. 이들은 진료 보조를 넘어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환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맡고 있다.
하루를 함께 보내며 느낀 점은 이들의 존재감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었다. 정해진 업무 외에도 봉사자들은 환자들의 일상적인 어려움에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김 팀장은 “병원 옆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있다 보니 귀가를 걱정하는 환자들에게 버스표를 대신 끊어드린 적도 있다”며 “작은 도움일 수 있지만,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에게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봉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 열린 은퇴식에는 20년, 30년 넘게 봉사로 헌신해온 이들도 있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맺은 인연과 서로를 향한 연대감이 이 시간을 버텨온 힘이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도 “매주 나와서 봉사를 하고 있다”며 “할 때마다 보람도 느끼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이 치료를 담당한다면, 자원봉사자들은 환자가 병원을 무사히 ‘건너가도록’ 돕는다. 진료실 밖에서 이어지는 이들의 손길은 병원의 또 다른 의료 인프라처럼, 조용히 작동하고 있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