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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화예술계 패닉, 더 두려운 건 졸속대책


입력 2020.03.01 07:00 수정 2020.03.01 08:15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전 분야 초토화

산업기반 흔들, 단기적·장기적 대책 마련 시급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찾아 코로나19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뉴시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찾아 코로나19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문화예술계의 패닉 상태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자연스레 영화관과 공연장은 시민들의 주요 기피 장소가 됐다.


사실 지난달 10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오를 때만 해도 대한민국 영화계는 잔칫집 분위기였다. 1월 말 코로나19로 인한 관객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었지만, '기생충'이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잡히는 듯했던 코로나19가 더욱 기세를 높이면서 영화계는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하루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은 7만6277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04년 5월 31일에 6만7973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후 16년 만에 기록한 최저 기록이다.


영화 '사냥의 시간'부터 '결백' '콜' '기생충: 흑백판' '침입자' '나는 보리' '이장' '교회 오빠' 등은 일제히 개봉을 연기했다.


공연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연장부터 줄줄이 공연 취소가 결정됐다. 공연장 입구에 열 감지 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방역을 실시하는 등 관객 안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관객들의 발길을 뚝 끊겼다.


케이팝(K-POP)을 중심으로 한 '한류'도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4월 잠실 주경기장에서 4회에 걸쳐 개최할 예정이던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취소했다. 걸그룹 레드벨벳, 동방신기, NCT드림도 해외 일정을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입국자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70개국을 넘어서면서 사실상 해외 활동은 발이 묶인 상태다.


이로 인한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공연장과 영화관을 잇따라 방문하며 지원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현장에 감도는 불안감을 달래주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정부의 모든 역량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의료적 지원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당장 무언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문화예술계가 마냥 방치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하루빨리 정상 궤도로 되돌려놓기 위한 노력이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또다시 정부의 졸속·전시 행정으로 사태를 더 키우는 일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는 여러 가지 문화예술계 지원책을 내놨지만, 정작 혜택을 받은 이는 드물었다.


대표적인 내용이 추경예산 300억원을 투입해 마련해 '원 플러스 원' 대책이다. 정부는 "공연예술계 활성화"라는 목적으로 마련된 정책이라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연 기간을 특정하고, 지원 대상도 티켓가격 5만 원 이하로 못 박았다. 정작 메르스 사태로 큰 피해를 본 제작사들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겉만 거창한 대책으로는 문화산업 전체를 뒤흔든 '코로나19'의 후유증을 이겨낼 수 없다. 정부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를 꾸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허둥지둥 대며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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