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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주총-한진칼] 남매간 양보 없는 경영권 혈투


입력 2020.03.02 05:00 수정 2020.03.02 05:5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그룹 경영권 향배 놓고 조원태 vs 조현아 한판 승부

소액주주 표심 따라 운명 결정...전자투표제 변수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주총회는 올해 주총 시즌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기업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걸려 있는 가운데 조 회장과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 남매간 경영권 분쟁 혈투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 지배력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총수 지위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3자 연합 입장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저지되면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는 향후 그룹의 경영권 향배를 결정짓는 중요 이슈로 양측은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액주주 표심에 따라 결정될 남매의 운명


지난해 말부터 조원태 회장의 경영 체제에 반감을 드러내 온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월 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과 손잡고 3자주주연합을 구성했다. 이달 말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반(反) 조원태 회장을 기치로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 양측의 표 대결은 본격화됐다.


현재 양측의 지분은 39.25%(조원태)와 37.08%(조현아 등 3자연합)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조 회장의 ‘백기사’로 꼽히는 델타항공이 최근 지분 1%를 추가 매수하면서 격차가 1%대에서 2%대로 벌어졌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조 회장측 지분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22.45%)와 델타항공(11%), 카카오(2%),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0%) 등으로 구성됐다.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6.49%)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7.29%), 반도건설 계열사들(13.30%)을 더한 수치다. 여기에 KCGI로 추정되는 기타금융 매입 주식까지 더하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37.62%까지 상승해 격차는 더욱 줄어든다.


양측의 지분 격차가 줄어들면서 최근 대한항공 사내 익명게시판 '소통광장'에는 주식 10주 사기 운동에 동참하는 제안 글이 올라온 뒤 많은 호응을 얻는 등 직원들의 주식 매입도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로 이후 매입한 지분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양측의 의결권 있는 지분은 여전히 조 회장측 33.45%, 3자 연합 31.98%다. 결국 나머지 약 30% 안팎 수준인 기관투자자와 일반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양측의 승부는 판가름 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양측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향후 임시 주총 등을 통해 대결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이후 양측이 추가 확보한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정기 주총 이후에 임시 주총을 새로 열어야 한다. 이에 따라 양측의 지분 매입은 정기 주총 이후 계속될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다룬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한진빌딩에서 개최된 '제 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당시 한진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회를 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이홍석기자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다룬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한진빌딩에서 개최된 '제 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당시 한진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회를 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이홍석기자
지분경쟁 가열속 전자투표 새 변수로…손익계산 분주


이렇듯 양측의 지분 싸움이 한층 가열되면서 한진칼은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그 어느 때보다 소액주주 표심이 중요한 상황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직접 주총장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주주들이 보다 손쉽게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시할 수 있어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룹 총수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걸려 있는데다 반대 측과의 확보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한진측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자투표제 도입이 어느 쪽에 유불리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새로운 제도 도입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분위기다.


당초 올해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높아진 소액주주들의 관심으로 주총 참석률이 지난해(77.18%)보다 약 10% 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게 되는 주총 참석을 꺼리게 되는 상황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은 주총 참석률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표심의 향배를 더욱 알 수 없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진칼이 전자투표제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3자 연합은 제도 도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 주총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KCGI는 한진칼 주주가 된 이후 그동안 지속적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해 왔으며 3자 연합을 구축한 이후에도 전자투표제 도입을 재차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맞춰 전자투표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압박하고 있다.


KCGI는 지난달 25일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로 하여금 주주권 행사를 위해 주주총회장에 직접 출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주주들의 권리뿐만 아니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한진그룹은 조속히 금년도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하여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강성부KCGI대표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최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위기 진단과 미래 방향,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강성부KCGI대표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최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위기 진단과 미래 방향,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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