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훔치기만 했을 뿐” 알맹이 빠진 휴스턴 사과


입력 2020.02.14 11:33 수정 2020.02.14 11:3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휴스턴 구단주 "사과하지만 책임질 아니다"

전자장비 부착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

휴스턴 크레인 구단주(왼쪽 두 번째)의 적반하장식 대처로 야구팬들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 뉴시스 휴스턴 크레인 구단주(왼쪽 두 번째)의 적반하장식 대처로 야구팬들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 뉴시스

‘사인 훔치기 스캔들’의 당사자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예정대로 스프링캠프서 공식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며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위기에 놓였다.


휴스턴 구단은 스프링캠프지가 위치한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 비치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짐 크레인 구단주와 더스티 베이커 신임 감독, 2017년 우승의 주역인 호세 알투베와 알렉스 브레그먼이 참석했다.


앞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휴스턴이 2017년 우승을 차지할 당시 상대 팀의 사인을 훔쳐 이를 부적절한 방법으로 타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섰고, 혐의 대부분을 입증한 바 있다.


이에 사무국 측은 제프 르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에게 1년 무보수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림과 동시에 구단 역대 최고액인 500만 달러의 벌금과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박탈하기에 이르렀다.


기자회견에 나선 크레인 구단주는 “앞으로 내가 지켜보는 한 ‘사인 훔치기’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다. 어수선한 휴스턴을 맡게 된 베이커 감독은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그들의 실수에 대해 용서해달라고 말을 한다.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대표자 자격으로 자리에 앉은 브레그먼은 "우리 모두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야구팬들의 신뢰가 회복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알투베 역시 "전날 팀 미팅을 가졌다. 팀을 대표해 사과한다. 분명 잘못된 일이었고 무척 후회된다"면서 "우리는 팬들과 야구에 미친 영향에 대해 깊은 자책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2020시즌 보다 진지하게 임할 것이며 정정당당하게 챔피언 자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장비 부착과 관련, 강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호세 알투베. ⓒ 뉴시스 전자장비 부착과 관련, 강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호세 알투베. ⓒ 뉴시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나 몰라라’식의 진정성 빠진 발언들만 이어져 야구팬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가장 문제가 된 인물은 크레인 구단주다. 그는 사인 훔치기 스캔들에 부정하지 않았으나, 이와 관련된 월드시리즈 우승 박탈에 대해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다저스(월드시리즈 상대팀)에 연락할 생각은 없다”라며 “해당 행위는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우리는 규정을 어겼기에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해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휴스턴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이 진정 어린 반성과 사과를 하는지도 의문이다. 자리에 참석한 브레그먼과 알투베는 선수단을 대표해 나왔음에도 1분 남짓한 짧은 발언만 한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


특히 알투베는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뒤 취재진들과의 개별 인터뷰서 전자 장비 부착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라며 강하게 부정하는 모습이었다.


알투베는 2019년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뉴욕 양키스의 아롤디스 채프먼을 상대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그는 홈 플레이트에서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을 때 유니폼을 움켜쥐어 전자 장비 부착에 대한 강한 의심을 받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