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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총선, 국운 가른다] 추미애 빠진 광진을, 부활 노리는 오세훈의 고민은


입력 2020.01.06 05:00 수정 2020.01.05 22:38        정도원 기자

광진을 예비후보 등록…24년만에 '깃발' 도전

유튜브 통한 '공중전'·정책대결 시도도 호평

민주 전략공천 공언에도 마땅한 '카드' 부재

광진을 예비후보 등록…24년만에 '깃발' 도전
유튜브 통한 '공중전'·정책대결 시도도 호평
민주 전략공천 공언에도 마땅한 '카드' 부재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신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광진을 때문만이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보수 진영 전체를 향한 고민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달 17일 21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날, 바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동안에도 가두 당원모집과 지역행사 참석 등으로 1년 넘게 밭을 갈아왔지만, 본격적인 선거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광진주민들과의 대면접촉과 함께 유튜브를 통한 '공중전'과 정책대결에도 시동을 걸었다. 유튜브는 정치인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장황함과 지루함을 피하고, 젊은 감각에 맞춰 10분 내외로 짧게 끊었다. 오 전 시장이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잘 활용하고 있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한 내용은 길어지자 상하 두 편으로 나누어 올렸다.

최근 올라온 동영상으로는 자신이 시장 시절에 관철했던 어린이대공원 무료화와 체험교육시설 서울상상나라에 대한 내용들이 있다. 또, 경전철과 원지동 추모공원 등 시민들이 관심 있는 내용에 대한 동영상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직격탄을 날리는 대담을 예외적으로 꽤 길게 진행해 올리기도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해 2·27 전당대회에서 국민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원투표에서 황교안 대표에게 패하며 석패했다. 개혁보수의 기치로 당을 혁신해보겠다는 뜻을 잠시 접어두게 된 오 전 시장은 그 뒤로 광진을에서 지역활동에 몰두해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외에 있으면서 중앙정치와 거리를 둔 것이 지역활동이라는 측면에서는 오 전 시장에게 득이 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연말연시 원내가 아수라장에 빠진 국면 속에서도 오 전 시장은 지역의 크고작은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광진주민들과 열심히 소통을 이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당의 오랜 병폐인 갈등과 분열도 광진을에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한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광진을은 한국당 당원들이 투표했던 사람이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는 동네"라며 "당선될 수 있는 '급'을 갖춘 오세훈이 와준 것만으로도 그저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한여름 폭염 속에서도 오 전 시장을 필두로 당협 관계자들이 얼굴이 모두 까맣게 타면서도 건대입구역 등에서 가두 당원모집을 전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의 밑바탕에는 이런 분위기가 있다는 설명이다.

광진을 당협의 한국당 책임당원 수는 전국 최하 수준에서 오 전 시장이 당협위원장으로 온 뒤로 수직상승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하반기 진행됐던 당무감사 정량평가에서 광진을 당협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갈아엎기에 '텃밭'이 엎어지는 모양새가 되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선에 나갈 사람으로는 될 가능성이 없는 곳이지만, 영입하면 승패를 바꿀 수 있는 곳은 전략공천으로 간다"며 "현재 야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한 후보가 있는 곳"으로 서울 광진을 거론했다.

다만 민주당에도 이렇다할 뚜렷한 '카드'가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의 높은 지명도에 맞서려면 청와대나 내각 인사를 차출해야 한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과 고민정 대변인, 강경화 외교장관 등이 한때 거론됐지만 모두 다른 지역구나 불출마로 선회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서울 종로 출마가 확실시된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는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김상진 건국대학교 겸임교수가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활동 중이다.

지난 전당대회서 국민여론조사 50.2%로 1위
"당에 책임있는 지도급 인사…고민 깊을 것
보수통합·중도확장 위한 '역할' 주어져야"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가두 당원모집을 하는 도중, 주민들과 접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가두 당원모집을 하는 도중, 주민들과 접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역만 보면 나쁜 상황이 없는 것 같지만, 오세훈 전 시장의 고민은 깊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지역구 선거에만 매몰돼 있는 게 당의 지도급 인사로서 맞는 처신이냐, 전당대회에서 국민여론조사 1위를 만들어줬던 지지자와 국민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냐,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자문자답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개인을 위한 고민은 아니다. 광진을 당협은 결속돼 있다. 광진을에 집중하며 중앙정치와 거리를 둔 기간에 차기 대권 지지율은 다소 조정 국면을 겪었지만, 총선에서 광진을 분구(分區) 24년 만에 첫 한국당 깃발을 꽂으면서 당선돼 정치적으로 부활한다면 저절로 복구될 일이기도 하다.

고민 지점은 중도보수대통합은 시간이 갈수록 난망해지는 가운데, 강경투쟁 일변도에 잇단 장외집회로 중도 외연확장과는 거꾸로 가는 한국당의 모습일 것이다.

황교안 대표와의 소통은 2·27 전당대회 직후 한 차례 만남을 가졌고, 지난해 8·24 장외집회 때 권택기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로 돼 있던 오 전 시장을 연사로 섭외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통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건이 있을 때는 연락이 있지만, 구체적인 역할을 요청하거나 당의 장래를 위해 긴밀히 머리를 맞대는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지역의 한국당 의원은 "오 전 시장이 뭔가 역할을 하려 해도 그러려면 역할이 주어져야 하지 않느냐"라며 "통합비대위도, 권역별 선대위 체제로의 전환도 모두가 답이 될 수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서울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한국당 인사는 "답답한 심경에 오 전 시장에게 하소연하는 서울 원외당협위원장들이 많다고 들었다"면서도 "오 전 시장도 하소연을 들으면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한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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