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신문도 역사의 한 장이죠.”
달성고등학교 신문반 학생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신문을 만드는데 정신이 없다. 그냥 한글로된 학교이야기를 다루는 학생들의 신문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를 신문으로 만들고 그것을 모두 영어로 표기했다. 영어를 유별나게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 것도 아니다. 그냥 쓰는 것이 좋고, 신문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낀 평범한 학생들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도 아닌데 신문을 만들면서 영어실력도 늘었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역사도 다양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박종원(17) 신문반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박 회장은 “처음 신문을 만들때 친구와 후배들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많이 나서 고생도 했지만 그럴때마다 토론을 거친 뒤 의견을 모으는 방법을 반복했다”며 “이제는 토론이 생활화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제작한 신문은 모두 4쪽 분량으로 500부를 찍어내 친구들끼리 돌려보기도 했고, 자랑삼아 부모님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가장 인기를 모은 기사는 ‘Have fun but Lose History’
최근 방송된 사극의 역사왜곡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기사다.
이 기사에서는 드라마 ‘주몽’에서 소서노와 주몽, 대소의 삼각관계와 설인귀가 요동에 머물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기사를 작성한 백승욱(17)군은 “방송에서 나간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다 보면 역사의 혼동이 생길 것 같아 이 기사를 만들게 됐다”며 “정확한 사료를 찾느라 애를 먹기도 했고 영어로 옮기는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신문반 아이들이 영자 역사 신문을 내놓기 까지는 변혜경(국사과)교사의 도움이 컸다.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할 수 없었던 재미있는 역사 뒷얘기나 자칫 잘못 흐를수 있는 역사관을 바로 잡아줬기 때문이다.
변 교사는 "영자역사신문은 우리 역사를 학생들에게 보다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며 "앞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보다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달성고 신문반 학생들은 10월 중에 또 다른 영자 신문을 만들 계획이다. 바로 세계사다. 세계사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치우침 없이 역사적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황희성(16)군은 “최근에 새롭게 선정된 세계7대 불가사의와 직지사 유네스코 세계문화 지정 등이 주요 기사 내용이 될 것”이라며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직지심체요절을 비교하는 내용도 포함시켜 우리문화의 우수성도 기사로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반 아이들을 지도하는 신지혜 교사는 “국어로 작문을 할 때도 다양한 단어 가운데 적당한 것을 선택하는데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영작을 통해 아이들의 표현력도 기르고 사고의 폭도 넓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달성고등학교는 올해 교육부로부터 역사 연구학교로 지정받아 역사교육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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