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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장관설'에 추·오세훈 모두 떨떠름


입력 2019.11.15 02:00 수정 2019.11.15 07:03        정도원 기자

추미애, 총리 아닌 장관은 눈높이에 안 맞아

女법무장관 벌써 16년 전에 강금실이 먼저 해

"오세훈 피해서 도망가는 것처럼 비쳐 불편"

추미애, 총리 아닌 장관은 눈높이에 안 맞아
女법무장관 벌써 16년 전에 강금실이 먼저 해
"오세훈 피해서 도망가는 것처럼 비쳐 불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무장관 입각설에 추 의원 본인과 함께 서울 광진을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도 떨떠름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 의원의 법무장관 입각설은 전날 민주당의 청와대 공식 추천설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성환 대표비서실장도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전달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법사위원 중 누군가가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 중진 추 의원 입장에서는 성에 차지 않는 제안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추 의원이 이낙연 국무총리 이후 여성 총리를 노렸을텐데, 법무장관은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제안일 것"이라며 "여성 법무장관은 벌써 16년 전에 강금실 전 장관이 이미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새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금 시점에서 법무장관으로 의원입각을 하게 되면 내년 총선 출마는 불가능해진다. 만약 6선 고지에 등정하게 된다면 21대 국회에서 헌정사상 첫 국회의장단 선출을 노릴 수 있는데, 그 또한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당대표가 총리가 아닌 장관으로 간 사례가 없다는 점도 추 의원을 더욱 심드렁하게 만드는 요소다.

앞서 2006년 열린우리당 의장(당대표에 해당)권한대행이던 정세균 의원이 산업자원부장관으로 입각한 적은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로서 2005년 하반기 재·보궐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도부를 대행하던 처지였다는 점에서 추 의원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단이나 총리를 하는 게 아닌, 이미 강금실 전 장관이 했던 법무장관으로의 입각이라면 추 의원 입장에서는 이른바 '명분'이 살지 않는다"며 "앞서 여성 법무장관을 했던 강 전 장관이 오세훈 전 시장에게 참패한 인물이라는 점도 추 의원에게는 마치 지역구에서 도망가는 것처럼 비쳐 불편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이 떨떠름하다면 오세훈 전 시장은 웃고 있을까. 오 전 시장은 더욱 떨떠름한 입장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오세훈, '추미애 심판론' 대상 사라지면 난감
광진 발전 지체, 공천전단 문제제기 어려워져
"5선 추미애 잡고 개선할 때 무게감은 달라"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광진을 관내에서 가두 당원모집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광진을 관내에서 가두 당원모집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진표는 상대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들어가는 쪽이 유리하다. 전략이나 프레임을 설정하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이 지난해말 분구(分區) 이래로 한 번도 자유한국당 계열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고 추 의원이 버티고 있는 '험지' 서울 광진을로 치고들어가며 추 의원을 정조준했을 때에는 나름의 복안이 있었다.

1996년부터 서울 광진을에서 추 의원이 5선을 하는 동안, 지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히 쌓였다고 오 전 시장측은 분석하고 있다. 광진구는 성동구에서 분리됐는데 성동이 신흥 부촌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일원이 되는 동안, 광진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이때문에 추 의원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오 전 시장측 설명이다.

여기에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정치고관여층 사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광진구청장 공천을 놓고 잡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 구청장을 경선 없이 단수공천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회 의장까지 지냈던 특정 인사가 낙천되면서,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균열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지역 정가의 핵심 관계자는 "선수(選數)가 누적되다보면 필연적으로 우군보다는 적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배려를 바라는 사람들은 많아지는데 모두를 신경써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험지' 공략 전략으로 추 의원을 겨냥한 '바꿔보자' 프레임을 들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런데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난데없이 대진표가 바뀌면 불확실성이 커진다. 대진 상대가 결정돼 있는 쪽이 오 전 시장이 되고, 민주당은 오 전 시장을 겨냥한 '저격수'를 새로이 고를 수 있게 된다. '바뀔 사람'과 '바꿀 사람'이 모호해지는 셈이다.

오 전 시장이 국회의원 선수(選數) 하나 더 늘리자고 서울 광진을을 향하는 결단을 내린 것도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의 당선을 전제로 2022년 대선을 겨냥한다고 보면, 어떤 상대를 잡았느냐에 따라 '도움닫기'의 위력이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5선 추미애를 잡고 개선했을 때의 무게감과, 듣도보도 못한 정치신인을 누르고 생환했을 때의 무게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향후 대권가도까지 염두에 뒀을 때, 오세훈 전 시장도 추미애 의원의 입각설에 떨떠름한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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